[여성논단] '피해 지원은 권리' 못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여성논단] '피해 지원은 권리' 못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12.15 15:19
  • 수정 2019-12-1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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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정된 법률 25일 시행
여성폭력 정의 최초 법정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이 법률은 지난 2018년 12월 24일 제정되어 크리마스인 2019년 12월25일 시행된다.

우리나라의 여성폭력 방지 관련 법과 제도는 상당한 진전을 보였지만, 성별 불평등 구조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종합적,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보다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행위 태양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 침해 등은 가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뿐 아니라 성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시정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이른바 ‘여성폭력 3법’(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처벌과 피해자 보호 관련 법률)의 체계로는 관계성의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동에 따른 데이트 폭력, 이별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태양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법적 구조 마련을 위해 제정된 것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다.

이 법은 여성폭력에 대한 정의(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를 최초로 법정화 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등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했고,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등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추진방향과 기본목표와 추진과제와 추진방법 등을 포함한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고, 여성폭력방지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조정을 위해 여가부에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설치케 했다. 지방정부에게도 조례에 근거해 지방여성폭력방지위원회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해 여가부 장관은 여성폭력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한편, 여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구제, 보호, 회복 및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 성별, 연령, 장애, 이주 배경 등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됨을 명문화했다. 이로 인해 여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보호가 아닌 권리라는 점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여성폭력방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성폭력 등의 피해자의 피해 드러내기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 방지지침과 업무 관련자 교육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장은 여성폭력 사건 담당자 등 업무 관련자를 대상으로 2차 피해 방지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제정 의의는 ‘여성폭력 3법’의 우산법이라고 점, 여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지원을 권리로서 명명했다는 했다는 점, 2차 피해방지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확하게 했다는 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설치하게 하여 여성폭력 정책의 실효적인 추진을 위한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 법률은 국회 법사위에서 여성폭력의 정의가 ‘성별에 기반 한 폭력’에서 ‘성별에 기반 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통과되어 젠더갈등의 양상으로 비화되기도 했고, 여성계로부터 입법취지가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안의 취지가 훼손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정의를 둘러싼 문제는 이 법률이 처벌법이 아니고 기본법이라는 점, 그리고 현행 법률을 통해 남성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 젠더 폭력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책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법률은 고정불변한 완결체가 아니라 움직이는 실체로 자기 발전을 해나가는 물체이다. 법률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시행을 통해 드러난 문제 등은 앞으로 공론화를 통해 보완해 가면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법률의 실효성은 성별 불평등구조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만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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