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심옥주 소장
제12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부문 수상
3.1절/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맞은 관심
반갑지만 내년 걱정도

15일 발행된 여성독립운동가 기념우표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
지난 3월 발행된 여성독립운동가 기념우표 ⓒ대한민국 우정사업본부

 

일제강점기 독립에 대한 열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일제의 수탈로부터 내 이웃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는 여성에도 강했다. 그러나 여성 독립운동가는 그동안 남성 독립운동가의 그늘에 가려져있었다. 2019년 9월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남성독립운동가의 수는 1만4823명이나 여성 독립운동가의 수는 44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성독립운동가의 발굴이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해 2018년 60명에 대해 포상이 이루어졌다. 이는 ‘최소 옥고 기준 3개월’이 폐지 되며 학생·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물고가 트인 덕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소장 심옥주)가 있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대중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2009년 처음 문을 연 연구소는 그동안 여성독립운동 학술세미나를 13차례 개최하고 기획 프로젝트를 20차례 진행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을 엄선해 사진·활동을 소개한 『인물사전』을 출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18일, 제12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의 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부문에 선정됐다. 

ⓒ심옥주 소장
ⓒ심옥주 소장

 

연구소를 이끌어온 심옥주 소장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관심은 자연히 대학으로, 대학원으로 이어졌다. 

“박사시절 백범 김구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생각을 했어요. 여성의 역사가 어두운 역사만 있나? 여성이 얼마나 강인한가? 그런데 마침 TV에서 윤희순 열사의 추모제를 보았어요. 그때 이거다!라고 생각했지요.” 

올해는 3.1절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3.1절 그는 하룻동안 8개가 넘는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최근 여성 독립운동가가 조명되기 시작했음을 느낍니다. 그동안 3.1절이나 광복절마다 인터뷰를 하게 되면 어느 때는 여학생에, 어느 때는 어머니에, 어느 땐 광복군에 치중해 말했어요. 100주년을 맞아 검색을 해보니 그간의 인터뷰들이 밀알이 되어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록이 되었더군요. 광복 70주년 때는 유관순 열사에 부끄러웠지만 이번 수상 때는 버티느라 수고 많았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올해가 2개월여 남은 지금 고민도 많다. 백주년을 기념하는 한 해가 지나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게 아닐까 걱정도 한다. 

“100주년 올해가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더 이슈화시키고 계승시킬지 고민이에요. 청소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교육과정에 수록되어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학술서나 논문에 치중하기 보다는 교양서 집필에 몰두했지요.”

내년은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의 해이자 미국 뉴욕주가 정한 유관순의 날 1주년이 된다. 심 소장의 꿈은 올해 뉴욕 UN회관 로비에 여성독립운동가 그림 전시회를 하는 것이었다. 그 꿈이 내년에 비로소 이루어질 예정이다. 양성평등문화상의 수상금이 큰 몫을 하게 됐다. 

“올해 3.8 여성의날에 광화문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그림 100점 전시회를 했어요. 부산지역 학생들이 33점을 그려주었는데 그것에 뉴욕과 LA, 호주 학생들의 그림이 더해져 100점이 됐지요. 이 그림들이 내년 2월 말부터 3월1일까지 뉴욕으로 갑니다. 아직 장소는 미정이지만, 뉴욕주가 유관순의 날을 지정했으니 우리도 화답해야 할 때 아니겠어요?”

지금 시점에서 심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보게 한 윤희순 의사를 떠올린다. 얼마 전 의병 운동을 국내에서 15년, 해외에서 25년한 윤 의사가 활동했던 만주에도 다녀왔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지금 다시 합니다. 백주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의 백년을 준비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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