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행복의 조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행복의 조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10.19 08:00
  • 수정 2019-10-18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직·전직 교육 지원하는 스웨덴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 줄여줘

 

망누스는 30대 때부터 심리상담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고소득이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이라 20년 동안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50세가 되던 해 갑자기 어렸을 때부터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라디오 아나운서의 꿈이 문득 떠 올랐다. 그 꿈의 크기가 심리상담사의 안정이 가져다 주는 만족감보다 커서 였을까? 주저없이 사표를 내고2년 과정의 언론전문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지금은 어릴 때부터 꿈에 그리던 지방 라디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제2인생을 살고 있다.

컴퓨터 공학과를 나와 전자회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가 젊어서부터 여행이 취미였던 크리스티안이 31세에 찾은 사업은 땅콩 수입이었다. 43세가 되던 해 그는 아들의 자연친화교육을 위해 귀향을 결심한다. 시골에는 의사가 귀하기 때문에 의사가 될 계획을 세우고 회사를 처분했다. 48살이 되던 해 그는 의사자격증을 받고 보건소에 배치 받아 고향에서 의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함프스는 젊어서부터 여행과 운전하는 것이 좋아 일찌감치 국제화물트럭 운전수가 되어 유럽을 누비고 다녔다. 스웨덴에서 물건을 싣고 그리스와 터키까지 가는 장거리 운전을 18년동안 하면서 유럽의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직업을 통해 꿈을 이룬 그였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오래 앉아 운전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허리디스크 수술로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을 포기하고 제2인생의 직장을 찾아야 했다. 그는 디스크 수술 후 완쾌되자 주택관리사 과정을 마치고 직장을 얻어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은 그가 47세가 되던 해였다.

내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이웃, 직장동료,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실제 인생 경험담들이다. 젊어서 택한 직업으로 평생 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시대다. 평균 수명이 85세가 되는 시대에 40년 이상 한 직업으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육체노동을 젊어서 할 수는 있어도 결국 나이가 들면 질병이나 신체 이상으로 직종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다양한 이유로 젊어서 선택한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에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해 실업자가 된 이웃들도 허다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인과 과정은 다양하나 결국 제2, 제3의 인생을 꿈꾸고 준비한 대로 이룰 수 있는 여건이 있다는 점이다. 국가 징검다리 프로그램이다. 이를 체험한 사람들에게 삶이 얼마나 행복하느냐고 물어보면 열명 중 일곱 여덟은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 중 하나인 북유럽 사람들의 핵심 비결은 뭘까?

행복의 요소 중 직장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젊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절망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패배감,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사막의 신기루일 수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의 불만과 미래가 불안한 삶에서 행복은 멀리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재와 미래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이다.

가을은 정부예산안을 다루는 계절이다. 스웨덴 예산 27개의 항목 중 15번은 학비지원청 사업에 배정된 돈이다. 전체 예산에서 2.5%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교육, 평생교육, 실업재교육, 해외유학 지원에 사용되는 재원이다. 그리고 예산안 14번 항목은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재교육 시키고, 직장을 알선하는 직업설계사들에게 배정된 예산으로 7.7%를 차지한다. 국민행복에 절대적인 미래 직장과 관련된 예산이 10%를 넘는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실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소모성 보조금보다 미래에 홀로 설 수 있게 해주는 교육투자가 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현재소비성보다 미래투자성 용처에 더 많이 배정될 때 장기적으로 정부의 부담을 덜고 재정팽창을 예방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은 곧 행복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