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류 폐기물 하루 평균 259톤
‘자라’ ‘H&M’ 등 패스트패션,
쓰레기 양산하고
상품에 대한 경외심 없애

청소년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며 기후행동을 열었다. 집회를 끝낸 500여명(주최측추산) 청소년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 측에 '기후 위기 대응' 성적표와 상장을 전달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청소년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며 기후행동을 열었다. 집회를 끝낸 500여명(주최측추산) 청소년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 측에 '기후 위기 대응' 성적표와 상장을 전달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하 IPCC)의 ‘IPCC 1.5°c 특별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영국·프랑스 등 10여 개의 국가와 900여 개의 지방정부가 비상선언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빠른 상품 회전율로 재고의 부담을 덜고 매출을 올리는 패스트패션 등 패션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순환 경제 전환을 위해 창립한 엘렌 맥아더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매년 12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선 비행기와 해양 운송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그중 패스트패션은 유행에 따라 빠르게 제품을 바꾸는 업종 특성상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하루 평균 162톤이었던 국내 의류 폐기물은 2016년 기준 하루 평균 259톤으로 늘었다. 연간 7억 벌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옷값을 낮추기 위해 나일론‧아크릴 등 합성섬유를 이용한다. 합성섬유는 기본 속성이 플라스틱과 유사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런던 패션위크 장례식 퍼포먼스에서 ‘우리의 미래’(OUR FUTURE)라고 써진 관을 운구했다.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런던 패션위크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멸종저항은 ‘LFW, 평화롭게 잠들다, 1982-2019’라는 묘비명을 올렸다. 멸종저항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런던 패션위크를 반대하며 영국패션협회에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멸종 저항은 “런던 패션위크는 패스트패션과 그 이상의 소비를 초래하는 욕망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패션은 우리 시대의 문화적 상징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계절적 시스템을 구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LFW, 평화롭게 잠들다, 1982-2019’라는 묘비명을 올리며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런던 패션위크 장례식 퍼포먼스에서 ‘우리의 미래’(OUR FUTURE)라고 써진 관을 운구했다.

국내에서도 330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9월 21일 서울 대학로 부근에서 열렸다. 집회 참여자들은 모두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벌였다. 다이-인 퍼포먼스는 기후위기로 지구 위 모든 생명체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의미를 가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의미를 가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으로 패션계에서도 친환경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은 9월부터 헌 옷을 주면 4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바우처 2장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수거된 제품은 전부 재착용‧재사용‧재활용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ZARA)도 오는 2025년까지 면·린넨·폴리에스터·비스코스 등을 유기농·재활용 소재로 바꾸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허정림 한국환경교육학회 이사는 패스트패션을 두고 상품에 대한 경외심을 없앤다고 했다. 허 이사는 “쓰레기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다. 버려지고 생산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멸종 저항도 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과정이 생겨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는 움직임에 대한 규모가 작다. 특히 패스트패션에 대한 이해도 낮고 문제의식도 크지 않다”며 “이 분야에 대해 언론에서 조명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기사화‧공론화를 통해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섬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국내 연구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순희 전문위원은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며 느낀 점은 의류 분야에 맞춰 온실가스를 계산한 연구가 없다. 해외 연구를 통해 예측이나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정보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가령 ‘저탄소인증마크’를 받은 상품이라고 했을 때 어떤 것 때문에 이 마크를 받았는지 정보가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판단하고 선택할 때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온실가스 에너지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공개된 것이 없어서 소비자가 정보를 촉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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