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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청 받았을 때 ‘오래 일하다 보니 이런 영광도 있구나’하고 생각했지요”

아남반도체에서 18년 동안 일하고 있는 ‘왕언니’고미경(38)씨.

그는 24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면서 반도체 제조공장을 다니는 엄마다.

“3교대 사업장에 일하다보니 일요일이 따로 없어요. 한 달에 한번쯤 쉬는데 야간 근무할 때는 항상 아이가 걱정이 되죠. 몇 년 전만 해도 기혼여성은 무조건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기혼여성을 위한 어린이집과 미혼여성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한 것은 전국 사업장에서 손꼽히는 성과죠”

그는 그런 이유로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고충상담반’으로 통한다. 동료들의 복지문제는 물론 결혼 생활까지도 털어놓고 상담하는 언니라는 것.

고씨는 “참 신기한 것은 엄마들의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아이가 몇 살이냐에 따라 고민이 같다는 점이다”며 “마흔이 다되는 나이지만 출산이 늦어 아이가 어리다 보니 오히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활동가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면서 생활비의 대부분은 그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는 물론 딸 인해의 옷가지까지 챙겨주는 동료들의 마음은 그에게 큰 힘이다.

그는 “현장을 지키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생활비도 생활비지만 먼 친척보다 더 살가운 사람들이 좋고 ‘공순이’라는 생산직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말에 상처받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고씨는 작업장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딸이 크면 저와 함께 공장에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고 ‘독한 엄마’라고 하지만 저는 딸과 당당하게 작업장에서 일하는 1세대가 되고 싶어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준 선배는 없거든요. 그 날이 올 때까지 딸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열악한 공장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언니 같은 사람이 활동가로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주 묻는다”며 “노조 활성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꾸준히 활동하다가 퇴직한 후 나를 필요로 하는 다른 일을 찾고 싶다”고 결연히 말한다.

이런 고씨가 요즘 공장일 못지 않게 힘을 쏟는 일이 있다고 한다. 바로 부부관계 개선 프로젝트. 남편과의 좋은 관계를 모색하고자 ‘편지 주고받기’를 두 달째 하고 있다고.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부부도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져야 갈등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전한다.

딸을 잘 키우고, 돈독한 부부관계를 모색하고, 일하기 좋은 공장을 만드는 것, 이 모든 꿈을 고씨는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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