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파급력 갖는
사이버공간 속 명예훼손,
공익상 사유가 있더라도
형사처벌 면할 수 없어

박찬성 변호사
박찬성 변호사

일부 대학에서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던 모양이다. 수년 전만 해도 사적인 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니,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니 뭐니 하는 항변이 종종 들려오곤 했는데 요즘도 그러한지 궁금해진다. 사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가도 똑같은 상황이 매번 되풀이되니, 가해자 측의 변명거리라고 해서 특별하게 달라질 일이야 있겠나 싶기도 하다.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대화 메신저에서 이루어지는 ‘농지거리’ 몇 마디가 이처럼 문제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이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아니냐고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한 가지다. 모두의 신성한 권리장전인 우리 헌법이 ‘가해자 측을 잘못 만나서 참 고생한다’라는 것뿐.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제약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인을 직접 겨냥하고 그 인격적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저급하고 추잡한 표현이 헌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만일 그 어떤 표현이든 무조건적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면 우리 법이 정하는 모욕죄도 위헌법률로서 사라져야 옳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모욕죄는 당연히 합헌이다.

단톡방이 사적인 영역이니만큼 그 안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좀 더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는 여전히 강변할지도 모른다. 일견 타당한 듯 보일는지 모르나, 틀린 주장이다. 인간 존엄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표현은 이미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적인 공간이라고 하는 단톡방 내에서의 대화상황도 형법상 모욕죄를 구성하는 데에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대법원은 벌써 몇 년 전에 판결을 통해 분명히 했다.

농담일 뿐이었는데, ‘그저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까칠하게’ 달려드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따져올지도 모른다. 이것도 틀렸다. 대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확립된 원칙에 따르면 성적으로 능멸할 진정한 의도가 없어도 성희롱은 성립한다. 장난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목숨을 위협받듯, 농담 삼아 던진 한 마디에 피해자의 존엄성은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러니, 농담이었다 한들 면책이나 책임감경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과거에도 지금의 단톡방 대화와 비슷한 수준의 지저분한 음담패설은 술자리 등의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늘 있어왔다고. 단지 온라인상의, 흔적이 남은 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냐고. 전적으로 틀렸다. 그 어떤 논리를 동원해도 ‘불법의 평등’은 용인되지 않는다. 예전에 유사한 잘못이 빈발했었다고 해서 오늘의 잘못이 갖는 심각성이 희석될 수는 없다.

더구나 온․오프라인에 대해 우리 법도 이미 차등을 두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명예훼손은 공익상의 사유가 인정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설령 공익상의 사유가 정말로 있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 정보통신망이 갖는 급속한 파급력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세간의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연예인 불법촬영 영상유포 사건도 모두 단톡방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던가.

단톡방 성희롱을 엄중히 다루어야 할 근거는 이 밖에도 더 많다. 그러나 단톡방 성희롱을 정당화할 만한 논거는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단톡방 성희롱에 마땅히 철퇴를 가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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