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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음

손에 넣고 싶은 건 뻔뻔스러울 정도로 해치움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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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만화든 책이든 비디오든 음식이든 꿀리는 대로 하날 집어 98만 개의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게 이 꼭지다. 그리하여 영광이 굴비 엮듯이 쏟아지는 첫 초대손님은 두개골 사이를 알랑알랑 간지르는 만화책 <미녀는 괴로워>(유미코 스즈키). 음. 너도 괴롭냐?

<미녀는 괴로워>라니? 누구 화 도져서 홧병에 숟가락 꽂고 광분해서 날뛰다 돌아가시게 만들 일 있나? 하지만 진정 진정 진정. 이건 그 빌어먹을 ‘미녀’들이 포즈도 우아하게 15도 각도로 꼰 상태에서 역시 15도 각도의 동쪽 하늘을 향해 한숨인지 장미향인지를 포옥 내쉰 후 하늘하늘 꽃그림이 하늘거리는 손수건을 들어 이마를 살짝 훔친 후, “미녀로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못생긴 니네가 아니?”라고 말하는, 시쳇말로‘염병하고 자빠졌’는 만화는 아니다. 그런 만화였다면 아마 이 글을 쓰기 전에 이 인간부터 쓰러져서 관속에 누워 만화계의 지각 없음(아차! 일본 만화지)을 탓하고 있었지, 두 눈 벌겋게 뜨고 살아서 이 땅 여성의 희망이요, 사랑이요, 미래(너무 심했나?)인 여성신문 기자 노릇을 하고 있진 못했다. 그럼 무슨 만화냐?

아직 학생인 칸나는 자칫 흠 잡으려 했다간 흠 잡히기 딱 좋은, 어디 하나 못생긴 데 없는 기가 막힌 미인이다. 굳이 설명을 붙이자면, 코는 오똑하고 눈은 땡그란데다 쌍꺼풀은 폭 졌고, 가슴은 톡 하면 투욱 터질 듯하고(봉선화?), 허리는 잘록 하고 다리는 쭈욱 빠졌다. 헉헉. 그래 칸나 너 잘났다. 아니 그런데 왜 괴로운 거야? 미스 코리아 본선에서라도 떨어졌냐? 물론 그럴 리 없다.(이건 일본 만화라니까) 이유가 있다. 과거 때문이다. 그럼 혹시 미혼모? 이럴까봐 미리 말해둔다. 무슨 소리 하시나. 뻔하기로 넘버원인 뻔데기 대한민국 드라마 찍을 일 있냐? 다시 말하지만 이건 일본 만화다. 그럼 당최 뭐냐? 실은 칸나는 자연산 미인이 아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칼 안댄 데 없이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다시 태어난, ‘성형외과 의술의 승리’요, 걸어다니는 증거물이 칸나다. 백만 엔이나 들어간. 그럼 이 여자 부자? 물론 아니다. 못생긴 뚱보 시절을 처절하게 보내다 못해 전 재산을 박박 긁어 수술비로 확 그어버린 것일 뿐이다. 덕분에 집은 바퀴벌레도 비웃을만치 허름하고 허접한 데서 살지만, 그러면 어떠냐? 미인인데. 사랑하는 코스케 앞에서 바디라인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 항상 팔을 치켜든 자세로 빵빵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를 실룩실룩 하는 쾌감을 생각하면. 그리하여 코스케의 사랑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칸나의 눈물겹게 감동적인 게 아니라 눈물 나게 웃기는 우당탕탕 좌충우돌 사건이 펼쳐지는데? 아참. 아직도 대답 안 한 질문. 당최 뭐가 문제인데 괴롭냔 말이냐? 그게 다 지버릇 개 못 주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습관 때문이다. 껍질을 싹 바꾼 건 좋은데, 20여 년을 쌓은 뚱보 못난이 기질은 오공본드에 담갔다 꺼냈는지 짝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며 불쑥 불쑥 나타나, 소심하고 주눅들고 알아서 박박 기는 못생긴 뚱보 특유의 행동으로 미녀 칸나를 황당하게 만드는데?

여기서 잠깐 퀴즈. 다음과 같은 행태를 일상으로 삼는 인간을 뭐라 부르는지 맞춰보시오. 봤으면 신고 바람.

“남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음. 빙빙 돌려 말하지 않음. 줄 같은 건 서본 적도 없음. 앞으로도 서볼 생각 없음.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줌.(상대방을 생각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함) 마음에 드는 건 강제로라도 손에 넣음. 마음에 안 드는 건 과감하게 자름. 애정 활동에서 밀고 당기는 건 사전에도 없음. 손에 넣고 싶은 건 뻔뻔스러울 정도로 해치움.”

딱 자기 얘기 같아서 찔리는 사람은 관두고,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냐? 한 마디로 ‘왕재수’ 아니냐?”라고 말할 그대를 위해 당장 공개하는 정답은 바로 ‘미인’이다.

이 만화, 온통 이런 식이다. 그리하여 미인과 추녀의 사건과 실화를 통한 날씬하고 미끈한 비교 분석이 각 권마다 행해지는데, 볼 때마다 웃기지만, 키득키득 웃고나서 거울을 보면 씁쓸함이 빵 부스러기 조각을 퍼뜩 발견한 개미떼 마냥 우르르 몰려들면서 화가 난다. 세상이 뭐 이따위냐? 여기까지 썼는데, 옆자리 부장님이 말한다. “이거 언제적 만화인데? 많이 나왔던 거잖아?” 맞다. 맞고, 그래도 재밌다. 다시 봐도 재밌다. 다시 보고 다시 웃자. 못난이 화이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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