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정치 개혁방안 양성평등 관점 부족

‘여성주류’ 흐름 못 읽나…여성계 목소리 높여야

여성은 정당·정치개혁의 들러리인가.

정치권이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뒤 당·정치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실천방안을 만드느라 고심하고 있지만 여성문제를 홀대하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여야 개혁특위에 여성의원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구색 맞추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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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주당 개혁, 국민에게 듣는다 제5차 국민대토론회에서 자신이 노사모라고 밝힌 한 시민이 지구당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지난해말 당·정치개혁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현경대·홍사덕)를 발족한 뒤 21일까지 다섯 번의 전체회의를 열어 각 분과에서 논의된 사항을 검토했다. 이날까지 논의된 사항은 △당명 개정, 정책결정권 의원총회 위임 △대선공약 입법화 방안 △당 재정수입·지출 인터넷 공개 △중앙당 정책위원회 폐지 등 굵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 개혁특위엔 임진출·김영선 의원(재선), 전재희 의원(초선)과 양경자 서울 도봉갑지구당위원장 등 여성위원 4명(전체 28명의 13%)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에서 보이듯 이들이 여성관련 문제를 특위 안에 공론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 여성관련 개혁방안 전무

임진출 의원은 “개혁특위 안에서 오로지 세대교체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진통이 좀 있었다”며 “여성관련 문제들도 계속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당내 중진·보수파를 대변하는 쪽에 서 있어 여성관련 각론을 어떻게 소화해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수십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당 안에서 여성관련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도 이런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당의 체질개선이나 정치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내 개혁파들이 따로 꾸린 ‘국민속으로’ 소속 의원들의 생각도 당 ‘주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상섭 의원(인천 중·동·옹진)은 20일 ‘국민속으로’가 연 정치·정당개혁 공청회에서 “제왕적 정당운영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지구당을 없애는 정당개혁이 시급하다”며 “국회의 입법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자금제도와 선거제도도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 의원이 제안한 정당·정치개혁 방안 가운데 여성의원과 여성계가 현안으로 꼽고 있는 여성 당직 배분, 여성의원 할당 등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새 정당의 지도체제, 상향식 공천 방안 등 덧붙인 개혁방안에도 여성관련 사안은 한 줄도 없다.

민주, 여성할당제 논의만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도 여성관련 조항을 말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를 둘러본 한 여성당원은 “굵직한 주제들을 먼저 다루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여성 표심을 헤아리지 못해 선거에 졌는데도 여성문제는 여전히 뒷전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민주당=한나라당과 ‘오십보백보’다. 이달초 당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김원기)를 구성한 뒤 전국을 돌며 국민대토론회를 여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여성계의 요구엔 인색한 눈치다. 위원 32명 가운데 여성은 김희선(서울 동대문갑)·이미경·허운나·조배숙(이상 비례대표) 의원 네 명이다.

개혁특위가 5차례 국민대토론회와 각종 소위를 여는 동안 공론화된 여성관련 개혁방안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이미경 의원이 21일 서울에서 열린 국민대토론회에서 여성관련 개혁방안을 정리해 제안한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이 의원은 “당이 환골탈태하려면 여성을 구색 맞추기, 끼워넣기의 대상이 아닌, 새판짜기의 주체로 등장시켜야 한다”며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대표성이 배제된 정치가 바로 개혁대상”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 의원은 이날 △국고보조금 일부를 여성정치발전기금으로 조성 △여성인재 데이터베이스화 △비례대표 의석 확대, 여성정치인 50%이상 배치 등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특히 “여성을 당 대표부와 정책결정 구조, 인사·공천기구에 최소 30%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내 여성진출 확대해야

이 의원은 또 “공직후보 선출 때 경선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사고지구당 조직책을 여성에게 배분해야 한다”며 “현역 지구당 위원장이 여성인 경우 무경선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선에서 여성이 2위를 하면 1·2위 모두를 중앙당에 추천하는 방식도 내놨다.

여성계는 개혁특위 위원 가운데 절반인 16명이 개혁파로 불리는 신주류쪽 의원인 만큼 좀 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야가 여성관련 공약에만 집착하지 말고, 당내 여성들의 참여확대를 위한 개혁방안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계 움직임=17일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3개 단체가 만든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 여야의 정당·정치개혁을 견인·감시키로 했다. 정치개혁을 둘러싼 범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다.

이들은 △정당을 당원과 국민에 돌려주는 근본적인 정당혁신 △여성할당제 등 정당제도 개혁 △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협의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정책정당화, 참여민주주의 실현 등 4대 방향과 26개 과제를 내놨는데, 여성관련 과제는 한 개다.

여성정치인 육성기금 설치를

정치개혁연대는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할당제’ 도입을 다섯 번째 과제로 꼽았다. 정치권이 여성을 당선 가능성 낮은 하위순위에 올리거나 경선제 때 여성추천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을 제재조치를 마련하라는 정도여서 성에 차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마침 최현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이 ‘실사구시적’ 방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 당내는 물론 보수 정치권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첫 제안은 ‘여성정치인 육성기금 설치’다. 각 정당이 여성정치인 육성기금을 만들어 여성후보자의 기탁금과 선거운동비용을 내주는 전폭적인 지원체계다. 미국의 ‘에밀리 리스트’를 본뜬 것으로 당이 재정의 1%를 적립하고, 기금마련 행사를 여는 내용이다.

또 각 정당은 여성당원·대의원 통계자료를 따로 관리하고, 여성 인력은행을 만들어 후보자를 늘 챙기는 체계를 만들라는 제안이다. 진보적 여성인사를 당직·공직에 널리 추천하고, 모든 후보에게 여성정책을 묻는 것도 포함하자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은 “보수정당이 여성문제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계가 끊임없이 여성관련 정치개혁방안을 내어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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