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삶을 바꾼 30가지 사건] 여성은 보호의 대상 아니다… ‘성주류화’ 전략 공식화
[여성의 삶을 바꾼 30가지 사건] 여성은 보호의 대상 아니다… ‘성주류화’ 전략 공식화
  • 여성신문 편집국
  • 승인 2018.11.18 15:42
  • 수정 2018-11-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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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바꾼 30가지 사건] 1995년 베이징 유엔세계여성회의
변화 물꼬 튼 ‘베이징여성대회’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
‘성주류화’ 전략 공식화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계기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UN 제4차 세계여성회의 회의장 모습.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UN 제4차 세계여성회의 회의장 모습.

 

“인간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이다.”

1995년 9월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UN)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미국 대표단을 이끈 힐러리 클린턴의 역사적인 연설이 울려 퍼졌다. 당시 47세였던 그는 “여성의 권리를 인권과 별도로 논의하는 것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하며 지참금 액수 때문에 일어나는 살인, 전쟁 중 성폭력,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임 시술, 딸이라는 이유로 일어나는 여아 살해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인권 유린의 실태에 대해 규탄했다.

‘베이징여성대회’로 불리는 이 행사에서 12개 주요 부분의 전략목표와 행동 계획으로 구성된 ‘베이징행동강령’을 채택하고 여성은 더 이상 남성과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남성과 더불어 동반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을 공식화했다. 여성정책의 영역을 넓히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만 대표단 500여명 참가

제4차 유엔세계여성회의는 전 지구적인 여성의제를 설정, 새 천년을 준비한 회의다. 1975년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를 계기로 처음 열린 세계여성회의는 그해 멕시코시티(멕시코) 제1차 회의를 시작, 1980년 코펜하겐(덴마크) 제2차 회의를 거쳐, 1985년 나이로비(케냐) 제3차 회의로 이어졌다. 4차 회의는 유엔의 경제적 사정으로 10년 만에 4차 회의가 열리게 됐다.

<여성신문>은 베이징여성대회가 ‘여성 권리는 인간 권리’를 천명했다는 것과 여성은 더 이상 남성과 사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남성과 더불어 동반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성주류화’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1995. 9. 29. 343호). 특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다 강력하게 합법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성희롱도 성폭력 범주에 포함시켜 유엔 문서에 정식 예시됐고, 여성의 ‘성과 임신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건강결정권’ 관련 강령도 채택됐다. 이밖에 남성 중심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세계 여성 NGO들의 여성신문에 대한 관심과 성원(341호), 여성학의 거장 베티 프리단의 강연과 한국 여성들에게 보낸 “발전과 즐거움 속에 행복한 노년을 보내길!” 메시지(344호), “일탈도 범죄도 아닌” 레즈비언의 문제(350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계 여성들의 소식을 전했다.

8월 30일 개막해 9월 15일 막을 내린 베이징여성대회에 한국에서는 손명순 대통령 부인을 비롯해 정부(GO)·비정구기구(NGO) 500여명이 참가했다. 회의 결과 189개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들이 “여성복지, 빈곤, 장애, 차별 등을 해결하고 다음 세기로 나아가기 위해 협력 연대할 것을 약속”한 베이징선언문과 12개 관심 분야별 361개 행동강령이 채택됐다.

한국은 베이징여성대회 직후인 10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서둘러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10대 과제’를 내놓았다. 그 과제 중 하나가 ‘여성발전기본법 제정’이었다. 법 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해 12월 신한국당이 ‘여성발전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곧 이어 새정치국민회의도 ‘남녀평등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최종 ‘여성발전기본법’ 안이 대안으로 의결됐다. 베이징여성대회가 끝나고 3개월 만인 12월 30일 회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여성발전기본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갖지 않고 법이 통과하면서 법 시행부터 급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UN 제4차 세계여성회의 회의장 모습.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UN 제4차 세계여성회의 회의장 모습.

‘여성정책의 헌법’ 만들어져

1995년 이후 세계여성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유엔에서 여성문제가 여전히 메인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2000년에는 유엔 특별총회에서 ‘베이징+5’라 하여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 5년차 모니터링을 글로벌 차원과 지역 차원에서 수행했고, 2005년에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베이징+10’, 베이징 행동강령 채택 이후 10년간의 상황을 점검했다. 중국은 개최국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세계여성회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베이징+10’ 회의를 열었다.

이후 유엔은 2008년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정부 간 회의와 NGO포럼을 통해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한 ‘베이징 행동강령’에 대한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2010. 2. 26. 1070호). 이어 2010년 3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54차 여성지위위원회는 베이징 행동강령 채택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유엔 차원에서 다채롭게 마련하는 등 ‘베이징+15’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역시 베이징 세계여성회의 20주년을 맞아 2005년부터 2013년까지의 한국정부와 민간단체가 이행한 행동강령을 평가,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2014년 11월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관점에서 본 한국사회의 변화-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할 길’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2014.11. 21. 1314호). 이 심포지엄은 1995년 베이징 회의가 개최된 지 20년 되는 2015년을 앞두고 한국사회 여성들의 삶을 과거와 비교하고 여성운동의 과거, 현재 그리고 2015년 이후의 중장기적 여성운동의 미래전망을 만들고자 마련했다.

베이징 행동강령은 세기를 넘어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여성권리 대장전이다. 새롭게 유엔세계여성회의가 열리지 않는 한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는 베이징 행동강령을 인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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