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조순실 부부

“세상에 남은 것이 벅차게 느껴질 때에도 들꽃은 희망이라는 작은 선물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누구하나 돌아보지 않아도 들꽃은 스스로 피고 질 수 있지만 사람은 다르다.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어린 나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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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조순실 부부가 꾸려가는 잔디네 가정의 단란한 한때.

12일로 8주년이 된 ‘들꽃피는 마을’은 가정과 학교를 잃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그룹 홈이다. 이름하여 공동체 가정이다.

지난 1994년 들꽃피는 마을의 설립자인 김현수 목사는 밤마다 교회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이들 대부분이 가출을 했거나 학교를 그만둔 경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교회와 자신의 집에서 8명의 아이들과 함께 조촐한 생활을 시작했다. 들꽃피는 마을의 첫 출발이다. 당시 안산에는 강원도 탄광에서 이주한 노동자가 많았다. 흔히 탄광은 막장 인생이라는 다른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가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깨어진 가정’도 많았다. 가출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던 이유이자 안산에 들꽃피는 마을을 탄생시킨 한 배경이다. 8년 전 김현수·조순실 부부와 8명으로 출발한 들꽃피는 마을은 이제 9개의 가정을 갖춘 어엿한 마을로 성장했다. 들꽃피는 마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잔디네·해바라기… 들꽃피는 마을에 소속된 가정들은 대부분 들꽃의 이름을 땄다. 그래서 더욱 정겹다. 각 가정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코스모스, 잔디네, 해바라기

각 가정에서 부모 역할을 하는 생활교사들은 엄마·아빠라는 호칭 대신 ‘선생님’으로 통한다.

김 목사는 “아빠·엄마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들꽃피는 마을은 가족의 고유한 기능을 함께 할 수는 있어도 가장 원초적인 혈연의 정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생활교사들은 실제로 교육학·사회복지학·신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인 유승권 생활교사는 “사회에서 한 번 이탈했던 아이들이기에 그들을 돌보는 데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 하나만 갖고 덤볐다가는 포기하기가 십상이라는 것. ‘부모가 건강해야 가정도 건강하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들꽃피는 마을은 이처럼 전문가들을 생활교사로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생활교사 가운데 부부뿐 아니라 처녀·총각도 있다는 것.

이빨 닦기·이불 개기 등 기본적인 생활방식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기에 생활교사들은 살아가는 기본방식을 가르치는 데서 부모의 역할을 시작한다. 갓난아기를 기르는 마음처럼 말이다.

마을 운영자금의 95% 이상을 개인회원들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에 생활비는 빠듯(최저생계비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란다)하기만 한데 “그래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며 이들 교사들은 밝게 웃는다 .

마을에 학교가 빠질 수 없다. 들꽃피는 마을에는 ‘들꽃피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서는 학적·호적조차 없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에게 검정고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0대 정도의 컴퓨터가 놓인 PC방도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다.

들꽃피는 마을에서 가족의 품을 제대로 느껴본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8년 간 이곳을 거쳐간 250명의 아이들 가운데 40∼50명 가량은 부모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곳조차도 못 견디고 가출하는 아이들도 있다. 역시 40∼50명 가량이 그 전철을 밟았다. 나머지 150명은 어떻게 됐을까. 들꽃피는 마을은 스무살 이전까지만 아이들을 수용한다는 원칙이 있다. 스무살이 넘으면 어느 정도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도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유다. 독립하는 아이들에게 취직 자리를 알선해 주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성의껏 지원해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최근 이혼이 늘어나는 등 혈연중심의 가족이 점차 깨지면서 거리를 떠도는 실질적인 고아들이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공동체 가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정을 잃은 아이들이야말로 절실하게 가정이 필요하죠. 그들에게 함께 하는 가족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공동체가족의 존재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과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통해서 들꽃처럼 강인하고 아름답게 아이들은 자랄 수 있습니다” 김현수 목사가 전해주는 ‘가족’의 의미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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