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이공계 대학생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54%가 비 이공계로 전공을 옮길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지난 9월 28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1318 테크노 드림랠리’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마련된 근본적인 대안 프로그램. 과학기술을 놀이문화에 접목시켜 진행된 이 행사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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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 테크노 드림랠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컴퓨터를 사람에 비교하면 이것은 기억을 하는 뇌에 해당한다. 기억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양을 늘려주며 일반적으로 모든 컴퓨터에 들어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램(RAM)이다.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램의 정의를 살펴보자. 야후 백과사전에 따르면 램은 “플립플롭으로 구성된 메모리 소자를 임의로 지정해 데이터를 해독·기록할 수 있는 주기억장치”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 느껴지는가. 처음의 질문이 램을 이해하는 데 훨씬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과학기술 용어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어떻게 설명하는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1318 테크노 드림랠리’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과학기술 문제들을 초중고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하고 그 문제를 게임과 퀴즈를 통해 풀도록 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기술을 놀이로 접근, 청소년들에게 과학과 친근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함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주최하고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이 주관하며 산업자원부·국가기술혁신단이 후원한 이 행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산·학·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퀴즈·게임으로 풀어보는 과학기술 문제

서울과 인천 지역의 고등학교 20개, 중학교 4개, 초등학교 4개 팀 등 총 28개 팀이 참가한 1318 테크노 드림랠리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재미를 마다할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자동차 경주의 랠리 형식을 빌었다. 10개의 관문에 2∼3개팀씩 나뉘어 동시에 출발, 시계 방향으로 관문을 돌면서 주어진 게임과 문제를 해결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때 최단 시간에 모든 관문을 통과한 순서대로 팀 순위가 결정됐으며 학생들의 생활적인 측면도 고려, 구성원간의 협동심과 문제 해결능력도 중요한 심사기준이 됐다.

학생들이 풀어야 할 퀴즈 문제는 대학산업기술지원단(UNITEF)에서 출제했으며 게임의 경우 체육학과 교수진들에 의해 개발됐다. 특히 문제들은 난이도에 따라 분류해 각 팀의 수준에 맞췄으며 참가팀 모두에게는 PDA와 휴대폰을 제공, 무선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문제를 풀게 했다. 순수과학, 정보통신, 나노기술, 환경기술에서 첨단 산업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가 출제된 만큼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다. 그야말로 과학이론과 첨단제품, 그리고 재미가 적절하게 배합된 형식이 아닐 수 없다.

게임에서 얻은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공중 서핑게임, 단체 줄넘기, 음량 데시벨(decibel) 측정, 종이컵 전화기를 이용한 과학용어 퀴즈, 속담 맞추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참가한 학생들을 더욱 과학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게임에서도 협동심은 여지없이 강조됐다. 4∼5인이 한 팀이 돼 게임을 완성해야 다음 관문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단결력이 팀 순위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성재중학교 3학년 ‘꿈은 이루어진다’팀의 김혜진 학생은 “선생님께서 추천해 친구들과 자발적으로 참가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문제를 푸는 동안에 팀워크가 좋아졌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또 있으면 참가하고 싶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기술인 양성 대안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재미있고 신나게 과학기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 속에 치러진 1318 테크노 드림랠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차세대 산업기술인 양성을 위한 대안 프로그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조환익 사무총장은 “산업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PDA, PCS를 활용함으로써 생활 속의 산업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라며 “이공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산업기술인력 부족현상을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게임과 놀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이공계 학문에 대한 가능성과 비전을 청소년들에게 제시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1318 테크노 드림랠리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비슷한 형식의 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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