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회원

얼마 전 들은 결혼전문상담소의 이야기이다. 요즘은 늘어나는 이혼추세에 따라 재혼상담도 많아지는데 재혼여성의 경우 또 하나의 새로운 조건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것은 결혼상대가 전남편의 성씨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씨가 같아야 하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자녀의 성씨를 계부의 성씨로 바꿀 수 없으며, 그렇게 아버지와 자식의 성이 다를 때 받는 사회적 편견을 이미 학습과 주위의 간접경험으로 터득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 어떤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가졌으나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형편에 놓이자 아이를 그 친부(다른 여성과 결혼한)의 호적에 입적시켰다고 한다. 그 아이는 오로지 전적으로 자신이 키우면서도 말이다. 엄마로서 엄연히 자식을 키우면서도 다른 여성의 자식으로 입적시키는 심정이야 오죽할까마는 호적상 미혼모의 자식으로서 받는 사회적 냉대와 편견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으리라.

위와 비슷한 사례들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antihoju.jinbo.net)’의 털어놓기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것들이다.

아이가 성씨문제 때문에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인데 어떻게 방법이 없느냐는 아이엄마, 새아빠의 입장. 그리고 재혼한 여성이 자신의 친자녀를 계부와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키기 위해선 ‘입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이보다 심한 경우라 하겠다.

이런 사례들의 중심에는 호주제가 있다. 부계혈통 가족만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부를 알 수 없거나 외국인이 아닌 이상 부계성을 법제화한 현행 호주제도에서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고, 특히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할 말이 없어진다. 제발 이런 사연들 앞에서 호주제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지 못한 남성들이 현재의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적인 가족관념을 낳는 호주제 문제를 비켜가면서 개개인에게 주위 환경과 싸워나갈 것만을 섣부르게 충고하지 말기를 바란다.

가족의 형태가 변하는 게 현실적인 추세라면 시대적 변화에 따라 현실과 법 사이에 괴리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엄연히 소위 전통적인 가족을 대신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편협한 가족관념을 유발시켜 오히려 가족법이 새로운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며 이를 위해서 호주제 폐지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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