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아픔이 곧 내 아픔입니다”

@13-2.jpg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통일이 돼야 합니다.”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적십자사의 남북이산가족찾기 부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정순영씨(60)에게 이산가족의 슬픔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추첨에서 떨어진 이산가족이 울음을 터뜨릴 때면 그도 함께 엉크러져 울곤 했다.

“10년 전부터 적십자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3년 전 우연히 남북이산가족찾기 사업에 배치가 됐어요. 그 때부터 이산가족들과 인연을 맺게 됐지요.” 그가 하는 일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찾아온 이들을 접수하는 것. 대부분 고령자이기 때문에 일일이 주소며 이름을 받아 적어야 한다. 3년간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의 손을 거쳐간 이산가족들만해도 수천 명을 헤아릴 정도.

“한번은 한 할아버님께서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시는 거에요. 이유를 물었더니 북에 두고 온 딸이 꼭 제 나이라면서 자꾸 딸 같다고 하시는 거죠. 잠깐 나가시더니 저를 주겠다고 음료수를 사들고 오시는 데 정말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정순영씨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100세가 되신 할아버님께서 추첨에서 떨어진 적이 있으세요. 그 나이가 되도록 얼마나 마음을 상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그 때 최고령자에 대한 특별한 조치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라며 당시의 안타까웠던 마음을 전했다.

정순영씨는 지금 진행중인 이산가족 상봉이 너무 더디다며 아쉬워한다. 그는 “매번 상봉이 있을 때마다 경쟁률이 800대 1을 넘어요. 정말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지요. 12만 명이나 되는 이산가족들이 다 상봉을 하려면 10년도 더 걸린다던데 이산가족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인 것 같아요”라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통일이나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도 없었다던 정순영씨. 이산가족들과의 함께 한 3년의 시간은 그에게 통일이 숙원이 되도록 만들었다.

조혜원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