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내 회사를 차리려는 사람들은 대개 성장성, 장래성,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무엇인가에 골몰한다. 굳이 기울어 가는 업종에는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성공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면 고도의 첨단기술이나 노하우보다는 종래의 허를 찌르는 역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뒤엎는 역발상과 독특한 틈새마케팅 전법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된 업종도 제 반열에 오르게 하고 있다. 일본은 프랜차이즈로 비롯된 소자본 창업시장이 안정적 아이템으로 정착된 나라다. 따라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눈여겨보는 것도 지혜다. 최근 일본에서 성공하고 있는 깜짝 창업 아이템을 소개한다. 이는 국내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귀한 정보다. 도서출판 ‘세상의 창’ 이정은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근간 <일본에서 성공한 깜짝 창업 아이템(가제)>)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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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의 도장집 체인 운영업체인 ‘그레에이트’는 사양산업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사양산업인 도장업에서의 그레에이트의 성장세는 놀랄 만하다.

일본은 지금 경기위축으로 신설 법인 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규제완화로 도장 찍을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또 금융기관들도 업무간소화와 고객서비스를 위해 도장 대신 사인으로 대체하는 곳이 늘고 있다. 또 최근엔 인터넷의 보급으로 도장이 출동할 기회가 자꾸 감소하고 있다. 그만큼 새 도장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일본의 도장업자들이 “도장을 몰아내는 규제완화에 반대한다”며 일본 정부에 항의를 하기도 했을까.

이처럼 기울어 가는 일본 도장업계에서 그레에이트는 체인 수를 늘리고 매출액을 증가시켜 왔다. 그레에이트는 1994년 ‘항코야상(우리말로는 ‘도장집 아저씨’) 21’의 체인화 사업을 시작한 지 8년만에 일본 전국에 270여 개 체인점을 거느릴 만큼 급성장을 하고 있다. 자본금은 2억원이며 종업원은 52명이다. 지난해 9월 결산시 본사 매출은 120억원, 본사와는 별도로 전국 체인점들의 총 매출은 6백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성공비결은 컴퓨터 기술혁신과 네트워크 경영

이젠 더 이상 장사하기 틀렸다며 모두들 포기한 분야에서 돌연 대박을 터뜨린 그레에이트의 성공비결은 무얼까.

종전까지 일본의 도장제작은 우리나라처럼 완전 가내수공업이었다. 장인의 영역이라는 개념에서 기술혁신을 추구할 발상조차 하지 못했던 도장업에 그레에이트는 과감히 컴퓨터 기술을 도입했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다. 6천∼1만개에 달하는 일본인의 성(性)을 컴퓨터로 집자해 기계로 대량생산해 문방구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성품 막도장의 메이커 납품가격은 개당 4∼5백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도장집들은 인감도장 시장만큼은 마지막 보루로 지킬 수 있다고 봐왔다. 그러나 그레에이트는 컴퓨터를 통한 전자각인 기술에 IT를 이용해 인감도장업체들의 생사를 위협했다. 거기다 네트워크 경영을 결합했다. 이것이 바로 기울어 가는 시장을 파죽지세로 공략하게 했던 그레에이트의 주무기다. 막도장이야 똑같아도 별 상관이 없다지만 인감도장의 서체는 컴퓨터를 통해 조절해 같은 성이라도 절대 똑같은 도장이 나올 수 없게 했다. 서체의 인영(印影)은 3일간 보존하고 파기하므로 절대 같은 도장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레에이트는 이 기술을 네트워크화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고객이 ‘항코야상 21’에 들어가 이름을 적어내고 도장의 재질이나 서체를 고르면 종업원은 이름을 팩스로 본사의 데이터 센터로 보낸다. 본부에서는 전문요원이 컴퓨터로 문자를 제작해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체인점에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각 체인점에 비치돼 있는 자동조각기에 입력된다. 체인점 종업원은 조각기 속에 도장을 걸어놓고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여기에 장인의 기술은 전혀 없다. 간단한 조작법만 익히면 아르바이트 사원도 할 수 있다. 그것도 싸게 빠르게 할 수 있으니 수작업이 당할 재간이 없다. 사양산업에서도 드디어 기술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마케팅도 혁신적, 중소기업 고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지향

그레에이트의 경쟁력은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도 혁신적이다. 그레에이트는 ‘항코야상 21’의 기존 고객의 구매정보를 모두 데이터 베이스화 해두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 마케팅이 주효해 고객층의 80%에 달하는 영세 중소기업, 음식점 등 개인사업자들은 법인설립 때부터 ‘항코야상 21’의 단골이 된다고 한다. 이들로부터 수주 받아 전국의 체인점이 2001년 한해동안 제작한 법인설립 인감이 무려 2만9천개나 된다. 이들은 한 번 회사인감을 만들면 그 후에도 회사 업무용 전표나 명함, 봉투, 인사장, 광고전단 등을 ‘항코야상 21’에 주문하면서 고정고객이 된다.

그레에이트는 도장 하나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언젠가 한계가 오는 데다 중소기업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특히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인쇄 사업이다. 주요 고객층인 음식점 주인들을 상대로 냅킨, 메뉴판, 젓가락 커버, 라이터 등도 인쇄·제작해 주고 있다. 이는 대형 인쇄업체들이 이익이 적다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들이다. 그레에이트는 인쇄사업도 도장과 마찬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어쨌든 막도장 시장을 공장의 기성품에 빼앗겨 폐업하는 개인 도장집들이 늘어나면서 ‘항코야상 21’ 고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아 쇠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산업을 시스템화해 다시 소생시켰다는 점에서 일본에선 ‘로우테크 벤처’로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누구나 혁신적인 발상만 한다면 업종에 관계없이 훌륭히 자기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김경혜 기자musou21@womennews.co.kr

그레에이트체인 사업자가 되려면

그레에이트의 새로운 시스템에는 도장에 대한 기술이 전혀 필요 없다. 현재 ‘항코야상 21’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도장업과는 인연이 먼 사람들이다. 주로 샐러리맨 퇴직자들이 많다.

‘항코야상 21’ 체인점의 개업자금은 점포의 입지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그레에이트가 모델로 제시하는 표준형의 경우 5천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소형점포의 경우 3천만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또 월매출을 3천만원으로 가정한다면 상품사입비 9백만원과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경비 1천3백만원을 뺀 1천7백만원이 체인점의 영업이익으로 떨어지게 된다. ‘항코야상 21’의 상아인감 제작비가 한 개에 10만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미뤄 하루 8개씩 판매하면 월매출 3천만원이 넘어간다. 또 1백장 짜리 1통에 3만6천원인 컬러명함의 경우 하루 27통씩 주문 받으면 월매출 3천만원이 된다. 고정경비에 들어가는 그레에이트에 대한 로열티는 매달 50만원 정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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