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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

지난 9월 18일 남북으로 끊어진 겨레의 동맥을 연결시키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복원을 위한 착공식을 했다. 이제야 50년이 넘게 비무장지대 수풀더미 속에 누워 있던 녹슨 철마가 드디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녹슨 철마의 절규는 통일을 향한 우리의 염원이다.

우리나라에 철도를 처음 소개한 사람은 1877년 일본에 수신사로 다녀온 김기수 일행이다. 이들은 ‘우레와 번개처럼 달리고 바람과 비같이 날뛰었다’고 철도에 대한 경이로움을 묘사했다. 우레와 번개처럼 남북을 달려 시베리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야 할 철마가 지금은 비무장지대 수풀 속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다. 강인섭 시인은 <녹슨 경의선>이라는 시에서 녹슬어 가는 철마가 안타까워 이렇게 노래했다.

서울, 부산, 신의주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어/ 발부리 채이는 아픔으로/ 머리끝까지 전율하던 경의선/ 임진강 철교 앞에서 가쁜 숨소리를/ 몰아쉬며/ 헐덕이던 기관차는/ 논두렁에 처박힌 채/ 파선의 잔해처럼 녹슬어간다

경의선은 만주철도, 동해선은 시베리아 철도를 경유해 러시아, 유럽에 이르게 된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연결하는 것은 삼팔선 아래 갇혀 버린 우리의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키울 것이다.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만주와 시베리아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삼팔선은 그런 대륙여행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의 상상력은 그렇게 삼팔선에 의해서 굳어졌다. 그런 점에서 다시 이어지게 된 경의선과 동해선은 상상력의 실크로드, 꿈의 실크로드인 것이다.

1930년대에는 서울에서 런던행 기차표를 판매했다. 그때는 경의선, 만주철도, 시베리아 철도를 경유해 영국의 런던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경의선은 철의 실크로드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대륙과 연설시키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을 하나로 잇는 거대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아시아 관련 국가들이 한결같이 희망하는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에 거대개발 수요를 창출해 만성적 경기불황을 돌파하게 되고 러시아는 동부 시베리아를 개발해 경제를 재건하게 되며 중국 또한 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동해안의 철도망을 남북한과 일본으로 잇게 돼 동아시아 거대 물류망에 참가하게 된다. 한편 일본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대마도와 거제도를 거쳐 부산에 도달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의 군수산업과 석유산업을 대변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지만 군수산업과 석유산업을 제외한 다른 미국 자본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검토대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의 연결은 미국의 군수자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냉전질서를 허무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연결은 한반도를 물류의 중심국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철도의 복선화와 근대화 등 앞으로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경의선, 동해선 철도 개통 이후 철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어떤 실향민 할머니는 비무장지대에 누워 있는 철마를 멀리서 바라보며 “이 들판에 기적소리 나는 그 날, 그게 바로 우리 민족의 소원이 풀리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철도의 연결로 민족의 통일과 번영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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