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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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교통사고로 부모와 동생을 잃은 자매, 메메와 아네따를 통해 사랑과 이별, 추억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편린처럼 담담하게 보여준다. 언니인 메메는 사고로 다리 한쪽을 절게 돼 댄서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안고 동생인 아네따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밝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아네따 역시 화가 나면 ‘다리병신’이라며 언니를 놀리면서도 그녀의 사랑과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며 끌어안는다. 이 영화는 10년 세월을 숨가쁘지 않게 따라가며 두 자매의 삶의 궤적을 애잔하게 스케치한다. 자칫 진부하고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고아 자매의 삶과 사랑은 아기자기한 설정과 매력적인 두 여성의 캐릭터로 인해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실감나게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이 영화는 빛 바랜 가족 사진을 뒤척이며 집착하는 불행한 자매의 모습이 아니라 빛 바랜 가족 사진 뒤로 두 자매가 새롭게 발견하는 사랑과 진정한 인간 관계에 따뜻한 시선을 모아낸다. 아이를 갖고 싶은 여성으로서의 욕망이 무너지고 세상에 대한 좌절로 삶의 무게를 힘들게 견디던 메메는 결국 폐암으로 동생 곁을 떠나며 아네따에게 마지막 선물을 선사한다.

가슴 따뜻한 웃음 위로 시종일관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는 슬픔을 간직한 아름다운 영화.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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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차태현)에게 익명의 편지가 배달된다. 누가 보낸 편지일까. 기억은 5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풋풋한 스무 살 무렵 지환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경희(손예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지환은 사랑을 거절당하고 경희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수인(이은주)에게 좋은 친구사이로 지내자고 깜찍하게 제안한다.

화사한 초록빛을 배경으로 산뜻한 청춘스타 세 명이 자리잡은 예쁜 포스터처럼 이 영화는 스무 살 사랑과 우정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감성적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단지 알콩달콩한 삼각관계와 결국 제짝을 찾는 유쾌한 해피엔딩만을 기대하지는 말기를.

이 영화는 오히려 경희와 수인, 두 여성의 관계가 더 이채롭게 부각된다. 초반기에는 조금은 촌스럽고 작위적인 대사로 세 인물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도식적인 갈등구조를 그럭저럭 유지하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예기치 못한 호러물의 구도마저 연상시키며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한 남자를 두고 피 터지게 싸우는 두 여자를 상상하는 것은 금물.

이 영화의 묘미는 잘 포장된 사랑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두 여성 캐릭터의 숨겨진 추억과 섬세한 눈짓일 것이다. 남성 감독의 여성관계를 보는 과잉된 판타지 냄새가 묻어날지라도.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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