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씨네-락 나이트'릴리스 페어'

우리는 흔히 최초의 여성이라고 하면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브 이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최초의 여성이 있다. 남성(아담)의 질서와 명령을 따르지 않아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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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릴리스는 가부장제 질서를 거부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자화상이다.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 일컬어지는 릴리스의 이름을 걸고 지난 12일, 제 6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씨네-락 나이트’가 열렸다.‘씨네-락 나이트’란 흥겨운 영화와 신나는 록 콘서트를 함께 즐기는 색다른 이벤트. 공연 성격상 이날 행사에는 많은 여성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 <릴리스 페어>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된 여성 뮤지션 중심의 페스티발 ‘릴리스 페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프리텐더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보컬 크리시 하인드나 1990년대 여성 록 신드롬의 흐름을 형성한 포크 록 스타일의 인디 뮤지션 리즈 페어, 엽기적인 노래가사를 설탕처럼 달콤한 목소리에 담아 부르는 치보 마토, 그리고 행사의 주창자인 사라 맥라클란과 셰릴 크로우 등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여성 뮤지션들이 줄줄이 화면을 메운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넓은 관중석을 메운 여성들의 활기찬 표정과 반응이다. “여성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행사를 기획한 사라 맥라클란의 의도대로 대부분의 관객석을 가득 메운 여성들은 너무나 파워풀하게 열정을 발산하며 공연을 즐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소수 남성들의 인터뷰도 흥미롭다.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말 한번 잘못 했다가는 얻어 터져요”“이렇게 많은 레즈비언은 처음 봐요”등의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낙태 반대론자들이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목과 이에 대해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며 몸에 대한 권리”라고 대답하는 행사 주최측의 입장, 그리고 남성중심의 록 행사인 우드스탁이나 롤라팔루자의 폭력적인 모습과 대조를 이루는 릴리스 페어의 공연 모습 등은 인상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지현, 해디마마, 이상은 등의 열광적인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자 화면을 가득 메우던 여성들의 열기를 이으려는 듯 많은 여성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연스레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한 오이뮤직 동호회 ‘릴리스 페어’의 안은경 씨는 “솔직히 이어진 공연은 상영된 필름의 느낌을 반감시켰다”고 평했다.

여성뮤지션의 활발한 활동이나 평가, 그리고 여성주의적 행사의 활성화가 미흡했던 한국사회에서 당장 릴리스 페어와 같은 공연이나 열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한국 여성뮤지션의 발굴과 진정한 여성축제문화의 성장에 대한 가능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서영희 씨는 “한국에도 릴리스 페어와 같은 대규모의 여성 음악 축제가 있었음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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