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 낙인찍는 악랄한 시선들

나는 탤런트 김희선을 좋아한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고 반문할 때가 많은데 그중 가장 자주 하는 소리가 ‘머리가 비어 보인다’거나 ‘싸 보여서 싫다’라는 거다. 그때 속에서 ‘발끈’하는 것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다른 사람이 비방을 해서도 아니고 김희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머리가 비어 보인다고 틀리게 말을 해서도 아니다.

‘머리가 비고 싸 보인다’라는 것이 아무리 연예인을 향한 말이더라도 그 말 자체에서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 여성을 함부로 규정하는 듯한 오만과 왜곡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말들은 화장이 진하고 섹시하게 비춰지는 여자 연예인한테 자주 쓰이는데 그것이 과연 그녀가 멍청하고 싸 보인다고(도대체 이 싸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녀의 인격을 함부로 낙인찍을 근거가 되는 것인가. 만약 내가 ‘삐딱하게’ 화장을 하고 옷을 야하게 입고 크게 소리내어 웃고 수다를 떨 때, 그것은 단지 나의 표현이고 외형의 모습일 뿐인데 누군가 나를 ‘싸 보이는 여자, 골이 빈 여자’라고 재단해 버린다면? 과연 그런 판단들은 얼마나 자의적이며 폭력적인가 말이다.

그 외에도 걸레, 날아다니는 침대 등 여자연예인을 비방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 말들은 대부분 성적인 것과 관련된 말들이다. 걸레라니, 여자 연예인이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몸이 더럽혀진 걸레라는 뜻인가. 말 자체의 악의성 짙은 함의 때문에 입에 올리기도 싫다. 그녀가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든 말든 그것은 그녀의 프라이버시이고 그걸 가지고 누구도 그녀의 인격을 단죄할 수 없다. 또한 그녀가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왜 지탄받을 일인가. 연예인이 공인이라서 그런 거라고? 그럼 공인은 성관계 가지면 안 되나?

우리 사회가 연예인한테 얼마나 자기 편의대로 공인이란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댔으며 특히 여자 연예인한테는 그녀의 성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사생활을 침해하고 개인의 인권을 짓밟았는지, 오현경과 백지영의 비디오 사건, 이영자 다이어트 사건, 황수정의 마약혐의 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반면에 주병진과 가수 이상원의 강간 혐의 사건은 사생활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로 기소됐음에도 유야무야 지나갔다.

사실 골이 비었다, 싸 보인다, 걸레다… 이런 말들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통용된다. 그런 말들은 과연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그 말을 씀으로 해서 다른 여자를 무시하고 자신의 우위성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올바른’(?) 여성상이 걸러지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런 말들이 여성의 몸을 카메라로 훑어 내리는 대중매체와 공모해 여성이 남성의 시선에 길들여지도록, 그래서 그 시선에 ‘알맞은’ 여성을 골라냄으로써 여자들 간의 분열을 조장시켜 결과적으로 가부장제를 강화하는 정치적 효과를 낳지는 않을까?

나는 여자 연예인들이 사생활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테러 당해 연예계에서 쫓겨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렇게 무심코 던진 낙인들이 그녀들을 내보내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유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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