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즐거운 잡지의 역사 계속될 것

“정말 빠르다. 이프처럼 경향이 뚜렷한 잡지가 살아남는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벌써 5년을 맞은 것에 대해 박옥희 사장은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더불어 “이프가 우리 사회의 문화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르가즘을 찾아서’‘남자는 어머니를 모른다’등 그동안 <이프>에 담겨졌던 많은 화두들을 함께 떠올리기도 했다.

요란한 자축연은 생략하기로 했단다. <이프> 현실과 맞지도 않고 자칫 일회성의 공허한 행사로 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주류에 입성하면 그때 하자고 다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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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박 사장은 “<이프>의 성공은 오랫동안 피켓 들고 시위에 앞장서온 여성운동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래서 이번 창간 특집호에는 <이프>와 함께 해온 여성운동가들을 되짚어 담아보는 인터뷰 기사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울 예정이다. 또한 5주년 행사로 연극 <자기만의 방>을 기획중이며 돌아오는 여성주간 행사 때 <이프>의 저력을 또 한번 드러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에게 그는 더 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던진 한마디.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게 바로 여성의 삶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대신 경영을 맡은 사람으로서 “착취가 오래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프>의 경영을 맡은 지 벌써 2년이 됐다는 박 사장은 “처음 대표를 맡을 시기만 해도 IMF 구제금융 위기가 막 지나가던 때로 모든 시장이 경색돼 있었다.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직원이 한 마음이 돼 난국을 타개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한다.

“적지만 작년에 흑자를 봤다”는 박 사장은 앞으로 <이프>가 건실한 기업체로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 와중에는 “여성주의적인 책이라도 잘 팔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화두를 끌어안고 있다.

잘 팔려야 한다는 고민과 어떤 컨텐츠를 어떻게 담을까 하는 점에선 수요자와 공급자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프>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프>가 너무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색이 짙지 않느냐는 독자들의 반응에 박 사장은 “급소를 때리지 않으면, 뒤집어 보지 않으면 억압의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결국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는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가장 효과적이냐는 고민이 다를 뿐이라고 답한다.

<이프>에 대중연예인 특히 남성 연예인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연예인이 페미니스트 전사가 되면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4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는 박 사장은 “행사를 계속 유지시키기에는 비용부담과 형식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가 너무 무겁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대회가 없어지기 전까진 계속 개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독자들이 즐거운 잡지, <이프> 식구들이 즐거워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사장이란 직함보다 때론 구독팀장으로, 때론 광고팀장으로, 청소부로 번듯한 책상 하나 없이 일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박 사장은 자신있게 말한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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