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주 소위 기독교인들이 성주간이라고 부르는 주말을 보냈다. 미국인들의 많은 수가 기독교와 무관한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사회는 기독교를 국교로 한 사회임에는 변함이 없다.

기독교의 신은 미국의 수호신이다. 그래서 여전히 정치인들은 “하나님이 미국을 축복하신다(God bless America)”라는 토를 달아 연설을 시작하고 끝내며,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운동선수, 연예인들 모두 “하나님이 미국을 축복하신다”를 입에 달고 지냈다. 많은 단체들이 성 금요일을 휴일로 삼았고, 부활절 경제가 꿈틀거린다. 기독교는 미국 민족주의의 핵심이다.

방송뉴스들은 연신 중동의 전쟁위기를 보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테러행위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성(聖)전쟁을 시작하자 이집트 등 이슬람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미대사관에 부활주일날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성주간에 더 맹렬해지는 전쟁과 폭력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모순적인 현실이다. 확실히 성주간에 폭력의 분위기가 더 고조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성주간에 미국 가톨릭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주 타임즈와 뉴스위크지는 각각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가’라는 머리글로 지면을 장식했다. 플로리다주 주교의 성학대 사건을 전한 이래로(본지 668호) 미국 언론과 시민들은 대대적으로 가톨릭을 ‘탄핵’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성학대 피해자가 소송을 내 가톨릭 교회는 법률 소송비만 300만 달러를 지출해

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같은 시에서는 수십명의 성학대 피해자가 소송을 했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성학대 사실이 밝혀지는 대로 신부들이 직책에서 해고되고 있으며, 가톨릭 교회는 소송을 위해 교회재산을 처분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 TV는 몰몬교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 보도했다. 그런데 몰몬교야말로 여성과 성애(sexuality)를 억압하는 보수적인 종교라는 사실은 숨겨져 있다. (이 글은 특정 종교를 지목하여 그 종교를 믿는 모든 사람들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독자들의 현명한 이해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은 또한 다양한 사회이다. 이런 기독교적 성주간을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기독교적 명절은 더욱 악마의 기가 설치는 기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페이거니즘이라는 유럽여신의 종교로 전향하고 자신을 마녀라고 부르고 마법을 실천한다. 일부는 불교나 다른 아시아의 종교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동양적인 성억압 제도와 문화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명절을 치를 때마다 가족과 여성들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처럼, 세계 대종교들이 자신들의 성주간을 보내는 동안 더 폭력적이 되고 사람들은 더 소외된다. 실제로 많은 미국 사람들은 성탄절이나 부활절, 추수감사절에 더 외롭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만들고 이들을 위해서, 이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세계 대종교들은 명절마다 화려한 행사를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진실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 만족과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하고 빼앗긴 사람들에게 금력과 권력을 나누는 성주간에 성(聖)폭력이 더 격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를 여지없이 증명한다.

황혜숙 종교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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