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http://antihoju.jinbo.net

흔히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고 이혼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호주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이혼율은 꾸준히 증가했고 이미 호주제를 폐지한 일본, 스위스의 이혼율보다 높다. 이런 사실을 보고 “그것 봐, 역시 호주제는 필요해. 높아만 가는 이혼율을 막기 위해서도 호주제는 필요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겠지....

한 개인이 어떤 가족형태를 구성해서 혹은 속해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개인의 자유 의사여야 한다.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행 호주제는 특정 가족형태(부계혈통중심의 가족제도)만을 정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호주제 폐지는 어느 특정 가족형태를 부추기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정신에 맞게 “자신이 지금 처한 현실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개인의 선택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차별도 없이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의 현실은 어떤가? 이혼했는지, 재혼인지, 입양인지, 혼인외 자인지, 이런 갖가지 개인의 선택 혹은 어쩔 수 없는 삶의 과정에 대해 법과 제도가 차별을 공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현행 호주제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부계혈통 중심의 가족제도만이 ‘유일한’ 가족제도일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라면 이것을 가족제도의 붕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가치관일 뿐이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그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우리는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웠다. 호주제 폐지론자들이 언제 부계혈통 고수하겠다는 분들을 쫓아다니며 방해한 적 있었나? 없지 않은가. 왜? 부계혈통 고수가 그들의 양심이니까.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기되어 있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부계혈통 고수하는 분들의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호주제 존치론자의 양심은 지금도 존중받고 있고 앞으로도 존중받는다. 이제 우리 호주제 폐지론자들의 양심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

덧글: 그런데, 호주제 존치론자 중 이혼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왜 이혼을 해? 이혼은 결혼식장에 오신 하객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제발 부탁인데 이런 몰상식한 발언은 삼가해 주시라. 인간적으로 화나게 만들지 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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