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8 여성의날 이모저모

1908년 3월 8일, 먼지 자욱한 작업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하면서 눈이 멀기까지 했던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이래 94년이 흘렀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한국여성대회가 올해로 열여덟 돌을 맞는다. 우리 나라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고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한 중점과제를 선정하는 단결과 연대의 장인 3·8 여성대회가 그간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여성운동가들만의 축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면 올해는 명실상부한 여성과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7-1.jpg

▶‘여성노동자 100년사’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

(http://caracal.com.ne.kr/album 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여성대회 주최측인 여성연합은 올해는 거리로 나와 시민과 여성이슈를 공유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노동계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동 비나리 한판을 연다. 한편 인사동 거리에서는 비주류 여성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3월 10일 12시 대학로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시민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성매매방지법 제정·호주제 폐지·보육의 공공성’을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여성대회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출구∼이화동 네거리에서 펼쳐지는 시민난장을 필두로 거리 퍼레이드 등 크게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7-2.jpg

11시∼5시까지 대학로 거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시민난장’은 사진전, 전통놀이, 장애체험, 서명운동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마당. 이밖에도 식전행사에서는 일반시민들이 여성노래를 배우는 시간, 여학생 축구쇼, 엄마들의 댄스스포츠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1시 기념식에는 전문사회자 최광기와 배우 권해효의 사회로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식과 안혜경, 예술집단 오름의 축하공연이 마련된다. 대학로에서 종묘공원까지 이어질 거리 퍼레이드에서는 대형터널로 구성된 성차별터널을 통과한 후 여성해방을 상징하는 보랏빛 깃발을 흔드는 행진을 시작한다. 아울러 94인이 참여하는 ‘해방 향해 함께 달리기’ 퍼포먼스, 2002인의 ‘평등의 탑쌓기’도 흥미진진한 볼거리.

올해의 여성권익 디딤돌에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재판에서 장애특성이 고려된 판결을 내린 서울 고등법원 형사4부, 보수적 법조계에서 소신껏 호주제 위헌심판제청결정을 내린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안성회 판사·북부지원 양승태 판사, 58세 여성정년차별 철폐하고 재고용 쟁취한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경북대 미화원 분회’, 남성중심적 노동조합 운영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대의원 50% 여성할당제 통과시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매매춘여인숙 소유 김영세충북교육감 퇴진을 위한 시민행동 집행위원장 진옥경씨 등이 선정됐다.

또 도지사 권력을 남용하여 여성단체장을 성추행한 제주도지사, 군산시 화재참사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는 군산경찰서장과 군산시장, 성매매를 ‘사회적 필요악’이라며 성매매업주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대전지방법원 황성주 판사,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려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외면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 MD강행을 시도하고 대북강경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 미국대통령 등이 걸림돌로 정해졌다.

@7-3.jpg

한편 여성노동계는 5일부터 11일까지 전국 9개 대도시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인천 5일, 광주 6일, 부천 7일, 대구 8일, 마산·창원 9일, 전북 9일, 부산 10일, 안산 11일).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한국여성노동자대회는 버스투어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한판 굿을 벌인다. 올해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법 완전 적용, 최저임금 인상’을 이슈로 여성노동자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또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지역 114개 지하철 역사에서는 “3월 8일에는 선물을 하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남성이 여성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양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함께 걸음’이야말로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선물일 것”이라고 주최측은 전한다.

또 4∼8일까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만남의 광장에서 사진전 ‘여성노동자 100년사’를 연다. 근대화 초기 가내 수공업 노동, 암울했던 일제하 강제노동시기. 70∼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를 거쳐 최근 IMF에 이르는 여성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시대별로 알기 쉽게 묶어 30여 점의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전쟁반대를 위한 여성연대 ‘WAW’‘끼리끼리’, 장애여성 ‘공감’ 등은 3월 9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평화, 성적소수자 인권,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여성 성폭력 문제 등 비주류 여성들의 문제를 널리 알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끼리끼리는 ‘호모포비아 화형식’을 기획하고 있는데,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된 언론보도와 잘못 씌어진 논문 등을 태우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전한다. 또 장애여성 공감은 자신들의 요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거리 홍보전을 기획하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다양한 목소리가 선보일 올해 3·8 여성대회는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