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http://antihoju.jinbo.net

우리나라의 호적제도는 고조선 시대부터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호적제도는 정비되었고 이 호적제도가 조선후기까지 이어진다. 호주제 존치론자들은 당시 호적에 호주란 용어가 있으므로 호주제가 우리의 전통이라고 하지만 이 주장은 억지다.

호주란 용어가 쓰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의 호적은 같은 호(戶)내에서 거주하는 사람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현행 호적제도(호주제)는 거주관계와는 무관하게 호주를 중심으로 관념적인 ‘가(家)’에 소속된 구성원을 기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이 있어도 어머니가 호주가 되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호구단자 16건 중 어머니가 호주인 것이 3건이고, 어머니가 살아있는데 아들이 호주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숙종43년 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을 보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호적제도(호주제)는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지금과 같은 호적제도(호주제)의 뿌리는 일제 침략 때 만들어진 민적법이다. 통감부가 설치되고 1909년 4월 1일 시행된 민적법에 의해서 우리의 호구조사규칙은 완전 폐지되고 전통적 호적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이때부터 호적은 현실적인 거주관계를 반영하지 않고 가를 편제단위로 가에 속한 개인의 친족적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현행 호주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조선호적령(1921년 공포 1923년 7월1일 시행)으로 인해서 일제의 호주제가 완전히 이식된다. 이 조선호적령은 1914년 개정된 일본호적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이것이 호주제도의 역사다. 호주제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이것이 우리 조상님들이 만든 것이라 해도(물론 일제가 이식한 것이다) 100년이 채 안된 것이다.

또 전통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우리 생활에 큰 불편과 아픔을 주고 있다. 여성을 이등 인간으로 규정하고 아들 낳아 남편가문 대 잇는 도구로 만들며 남성들에게 호주가 되어 집안을 나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만 안겨주는 호주제. 이것이 아름다운 전통이란 말인가. 언제까지 잘못된 지식과 비뚤어진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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