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맨입술로 다니는 이유

처음에 대학 입학했을 때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변에서 뻔하게 하는 입학 선물이 주로 화장품인지라 그렇게 얻은 립스틱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그렸던 적도 있다.

‘썰어서 두 접시’ 이게 나의 별명이었당. 남들은 그냥 쓱쓱 선으로 그리고 위아래 입술을 부비부비만 하면 되지만 난 넓디 넓은 면적에 아웃라인을 둘러 그리고는 붓을 가지고 연신 립스틱을 찍어가며 색칠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흠… 쉽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화장술 중에 가장 실패하기 쉬운 고난도의 기술로 보였다. 그러나 립스틱질을 관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처음에 화장을 시작할 때부터 나름대로 고민과 주저함이 많았지만 나중에는 나름대로 타협하고는 원칙을 정해서 하기로 했다.

1. 화장시간은 15분을 넘지 않게.

2. 화장은 훼손되었을 경우 복구가 쉽도록 할 것.

근데 왠걸. 립스팁은 언제나 마르지 않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컵이든 담배든 남의 와이셔츠든(흠…상상하지 마시게) 가리지 않고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가끔 얼굴을 긁다가 잘못해서리 입술을 건드리면 빨간 립스틱 선이 입술 밖으로 삐져나가는 사태도 발생.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본인이 일반 사람들보다 칠칠맞다는 것을. 그러나 식당에서 식사를 끝내고는 아가씨들이 모두 립스틱 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입술에 거울을 갖다 대고 단체로 립스틱을 그리고 있는 걸 보면… 윽. 그 많은 걸 다 먹었단 말이냐…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매 순간 화장을 고치고 그 어려운 립스틱 그리기를 하루에 세번씩이나 할 의향이 전혀 없단 말이시.

이러한 이유로 본인은 그려서 별로 이뿌지도 않은 립스틱을 포기하기로 결정. 그리고 맨날 트는 입술을 위하여 자외선 보습 겸용 챕스틱 종류를 들고 다닌답니다.

세상엔 남자와 여자만 있을 뿐이지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아침에(이른 아침에) 목욕탕 가는 걸 목표로 삼고, 그날 날밤을 겜으로 지새고 드뎌 목욕탕을 갔다. 이유는 물 맑은 물에 씻고 시포.

이른 아침인데도 약간의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대견하다고 생각되는 여자애와 그 여자애의 엄마가 들어왔다.

많이 쳐줘야 1학년 정도 나이의 야무져 보이는 꼬마.

늦잠이 많은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구엽기도 해서 괜히 옆에서 얼쩡거렸는데 세명이 같이 온돌방에서 그 엄마와 꼬마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아마도 꼬마가 다리를 벌렸던 모양이다.

엄마의 꾸지람은 “여자는 다리 벌리면 안돼. 항상 모으고 있고 여자는 항상 안보여 줄수록 좋은 거야. 몸은 아무한테나 함부로 보여주면 안된다.”

가지런히 다리를 모으는 꼬마 여자애.

아마 꼬마는 커가면서 자연스레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있겠지. 난 항상 다리를 벌리고 걸었다. 엄마도 별 터치 안 했고 그래서 교복을 입을 때도 무지하게 뛰어다니고, 팔자 걸음으로 걷고 다녔다. 그때도 내 친구들은 암말 안했다. 단지 선생님들이 뭐라고 했을뿐.

할아버지가 한 말씀하셔서 고치려고 한 기억은 난다.

대학에 와서 내 걸음걸이 앉을 때의 포즈를 보고 친구들(xx)들은 암말 안했다. 단 xy들은 항상 “다리 오무려”라고 했다. 이게 편하다고 해도 여자가 그러는 게 아니랜다. 그말에 더 벌리고 다녔다. 그 애 엄마 말에 왜 내가 다리를 오므리고 다녀야 하는지 알게 됐다. 함부로 보이면 안되는 몸. 애한테도 그건 적용되는 건가보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것 뿐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남자가 해야 할 놀이와 여자가 해야 할 놀이. 남자가 해야 할 몸가짐과 여자가 해야 할 몸가짐.

애들은 항상 왜라고 하지만 왜에 대한 답은 없는 거 같다.

이날 아침 돌아오는 길이 좀 씁쓸하다고 생각되는 건 내가 엄마 말 잘듣는 착한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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