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늘도 이유있는 반란을 꿈꾼다

“나는 공부를 잘 못해요. 하지만 잘 하는 게 한가지는 있죠. 춤을 추며, 랩을 하며 신나게 나의 리듬을 표현하는 것이죠. … 우리에게는 꿈이 있어요. 우리의 꿈을 이룰 거예요.”

한국교사연극협회에서 주최한 ‘제1회 청소년 창작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진여자고등학교의 뮤지컬 ‘꿈을 위한 반란’의 한 대목이다.

대학입시, 내신성적, 수능시험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했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여 신나는 ‘반란’을 일으켰다. 현실이 아닌 연극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말걸기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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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꿈을 위한 반란’에 참여한 대진여고 연극반 학생들(좌로부터 박은아, 유정민, 이은정, 김슬아)과 이정수 지도교사.

“고3 담임을 하면서 현실과 이상이 다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너무 적은 게 안타까웠습니다. 특기 적성교육은 주요 과목의 보충수업으로 바뀌고, 모의고사는 필수교육과정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아이들이 겪는 좌절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연극반을 맡고 있는 이정수 교사는 아이들이 갈망하는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연극을 통해서나마 알리고 싶어 아이들과 공동창작을 추진했다.‘졸라 짜증나네, 구라 치지 마’와 같은 연극 속 대사는 이런 공동창작 속에서 흘러나온 아이들 나름의 표현이다.

고등학교에 갓 올라와 연극 경험이 없던 연극반 신입생 11명은 지난해 7월 찜통같은 더위 속에서 연극연습을 시작했고 지난달 무대에 섰다.

‘민규와 영훈이는 힙합 댄서와 래퍼를, 영화를 좋아하는 송연과 상현이는 배우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등 아이들은 다양한 꿈을 가졌지만 아이의 장래를 공부로 제한시킨 어머니, 특기·적성 교육보다는 대학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꿈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들의 연극내용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부가 우선시 되는 현실에서 연극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방학 때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연습시간을 맞추느라 학원도 안 다녔거든요. 하지만 공연 때 부모님이 보시고는 고생했다며 칭찬해 주셨어요.” 선생님 역할을 맡았던 은정이는 앞으로 연극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해요. 사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못하잖아요. 앞으로의 꿈요? 미용사가 되고 싶어요. 물론 부모님은 반대하겠지만요.” 영훈 역을 맡아 멋지게 랩을 소화해 낸 은아의 말이다.

평소엔 내성적이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180도 변해 연기를 한 엄마 역의 슬아, 공주병인 은진 역을 맡았던 정민 등 무대에 오른 학생들 모두 이번 연극으로 자신들의 숨은 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기적성교육에 댄스반 같은 다양한 반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에선 선택할 기회가 없어요.”

획일적으로 주요 과목을 듣는 특기적성교육을 받으러 또다시 교실로 돌아가던 슬아가 남긴 말이다.

이최 현주 기자 nora0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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