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태 센추럴오클라호마대학(UCO) 정치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영태 센추럴오클라호마대학(UCO) 정치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신영태 센추럴오클라호마대학교(UCO) 정치학과 교수

북미회담은 시발점...평화는 대화가 전제돼야

모든 국민이 노력해야 하는데 갈등 심해

한국 권력 집중 심해...미국은 감옥간 대통령 없어

 

신영태 센추럴오클라호마대(UCO) 정치학과 교수가 최근 ‘자랑스러운 숙명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해 69세인 신 교수는 현재 몸담고 있는 UCO에서 1993년부터 25년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 교수는 평생 민주주의와 정치제도 등을 연구해왔고 여성 정치 역시 비중있는 연구 대상이라 생각해 3권의 저서를 펴냈다. 3권의 책은  한국과 일본을 연구한 『일본과 한국의 여성과 정치』(2004), 『아시아 여성의 정치적 목소리』(한글판 2006), 『저항운동과 한국의 민주화에서 여성의 역할』(2015) 이다. 요즘 연구 주제는 국제정치가 평범한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다. 재일교포도 만나고 제주4.3사건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미국 정부의 세계적인 장학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장학금(2007~2008년)으로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국립대학에 가서 강의했다. 오클라호마정치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학자로 두 번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UCO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학자상을 받았다.

세계 평화의 획을 그을 시발점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처럼 한국을 찾은 그에게 한국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 내부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들어봤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의미하는 바는?

북미정상회담은 무엇보다 평화를 위한 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평화는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지 않았고 6자·4자 회담 등의 방식이었다. 따라서 양자회담하는 자체가 북한의 큰 승리다. 이제 북한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남한만으로 북한과는 대화가 안 된다고 북한은 믿고 있다. 사실상 국제파워 위상에서 볼 때, 한국이 국제정치에서는 큰소리를 못 내게 돼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두 국가 모두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나올 수 있을까?

북미정상회담은 시발점이다. 오래 걸릴 것이다.  한국 국민이 실질적인 평화상태가 됐다고 느끼는 데는 3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른다. 북한은 안보 보장을 요구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에게 핵시설 해제를 요구하면서 핵문제와 경제제재 완화를 조금씩 절충해갈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 합의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떠한 합의를 했다 해도 미국 의회가 승인을 해야 한다. 트럼프가 정말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시는지.

평화를 위해 모든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조차 의견이 많이 갈라져 있다. 한국은 남북만이 아니라 태극기-촛불, 동-서, 좌-우, 청년-노인세대 등으로 갈라졌다. 이를 묶어줄 사람이 나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얘기할 수 있는 교차로, 다리를 만들어줬다. 그분의 역할이 중요하고 감사하다. 이를 두고 극보수들은 비난하고 있는데, 북한을 내치면 한국도 내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한국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이 너무 많다. 그의 역할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 극보수 태극기집단이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극보수들은 한국 사회에 대해 누구보다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안타까워하지만 6.25와 극심한 가난을 경험했고 또 그것을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세대인지라 북한에 대한 생각은 고정돼있고 감정적인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상식 이하의 얘기인데도 쉽게 선동된다. 보수 정당을 비판하면 주사파로 매도하는 경향도 있다. 국민이 정신 차려 이런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극우로도 극좌로도 가선 안 된다. 우리 집 단속부터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한국은 굉장히 특이한 나라다. 민주주의가 된 과정이 특이하다. 큰 혁명없이 20~30년 넘게 국민들이 계속 싸워서 민주화가 이뤄졌고 민주주의의 순수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몸싸움을 하거나 서로 양보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과도기다. 특히 촛불집회, 태극기집회를 보면서 두 집단이 서로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3권 분립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대통령이 되면 임기 후나 임기 중에 감옥에 가는 현상은 뭔가 잘못됐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답인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 국민은 정치의식은 높은데 남을 포용하고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정신은 부족하다. 미국은 무식해서 다른 의견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탈이고, 한국은 너무 알아서 다른 의견을 무시해서 탈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잘 싸운다. 나만 옳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제에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 지방선거 후보들 공약을 보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많다. 그런데 그 결정은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리더가 완전한 파워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대통령제, 일본은 수상제다. 한국도 대통령제다. 미국과 한국은 제도상으로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미국 정치인은 절대적인 힘이 없다. 한국은 절대 권력(absolute power)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또 그런 현상도 미국과 비교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엔 퇴직 후 감옥에 간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 절대 권력이 없으니 그렇다. 한국은 역대 대통령 대부분 본인이나 가족이 처벌받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조사받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렴결백한 정치 이념을 성취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상에 어긋나는 부정정치 의혹을 받고 조사 중 결국은 자살로 끝난 한국 정치의 비극이 있다. 이에 비춰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미국은 대통령제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대통령이 한국처럼 그렇게 파워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라도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지 않을 때,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진정으로 경청하고 수용할 때 이뤄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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