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세계 17개국 참가자 1000여명

평화 염원하며 민통선 5.5㎞ 행진

북미 정상회담 조속한 복원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촉구

 

26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에서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4.27 판문점 선언 지지와 북미회담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걷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6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에서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4.27 판문점 선언 지지와 북미회담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걷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흰색 옷을 입고 오방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평화운동가들과 시민 1000여명이 ‘남북 평화의 길’을 상징하는 통일대교를 넘어 북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4·27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를 촉구하는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가 26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세계 16개국 30명의 평화·여성운동가로 구성된 국제여성대표단과 국내 30여 여성·평화단체 등 17개국 활동가와 단체로 구성된 2018여성평화걷기 조직위원회(공동대표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최순영 경기여성네트워크 대표)가 마련했다.

이날 오전 10시 임진각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2018국제여성평화걷기 출정식이 진행됐다. 조직위원회 공동대표인 한영수 한국 YWCA연합회 회장은 “여성평화걷기에 모인 우리는 남과 북이 어우러져 사는 희망을 품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미국의 갑작스러운 북미정상회담 최소에 낙담했으나 오늘 또 기대를 안고 꿈을 꾸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 여성들은 2015년부터 불투명한 남북 정세에도 해마다 여성평화걷기를 해왔다”면서 “한반도 평화, 여성이 만드는 평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모인 힘은 그 어떤 무력이나 무기보다 강하고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남북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양보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가자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여성의 힘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버스로 통일대교 남단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지체됐다. 당초 주최 측이 참가자 명단을 군부대에 전달하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바로 통일대교를 걸을 것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참가자 명단을 일일이 확인한 탓이다. 그동안 걸어서 건너지 못한 통일대교를 지나는 길은 쉽지 않았다.

11시 20분께부터 본격적인 ‘걷기’가 진행됐다. 29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뜨거운 날씨였지만 뙤약볕과 아스팔트 열기도 여성들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통일대교를 건너 도로 중앙선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주변 풍경은 조금씩 달라졌다. 지나가는 차가 사라졌고 사람이나 건물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표지판 ‘판문점’ ‘개성’ ‘평양’이라는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걷는 유치원생부터 다리가 불편한 참가자의 손을 붙잡아주는 여성과 자원봉사자들까지. 참가자들은 군내삼거리를 거쳐 남북출입사무소와 도라산역 앞으로 지나 도라산 평화공원까지 5.5㎞를 걸으며 생명·평화·상생을 몸소 실천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통일대교를 건너 도라산 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타난 표지판에 평양과 개성이 적혀 있다. ⓒ여성신문
통일대교를 건너 도라산 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타난 표지판에 평양과 개성이 적혀 있다. ⓒ여성신문

파주에서 온 김희서(11)양은 “1학년 때부터 매년 여성평화걷기에 참가하고 있다”며 “이 길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걷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평화나 통일에 대해서 온 가족이 대화를 나눌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목동에서 지인들과 함께 참가한 차경애(53)씨는 “통일대교를 걸어서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남북 정세가 풀리면서 이 길로 뚫렸다”면서 “제 작은 발걸음이 통일로 가는 길에 함께 하는 것 같아 이번 행사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문윤희(25)씨는 “평화에 대해 제대로 배운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평화와 통일을 막연하게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세계 각국의 평화운동가들이 한반도 평화를 진심으로 염원하는 모습과 어르신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전해지며 평화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대동놀이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이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대동놀이에 참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시간 30분가량을 부지런히 걸어 도라산평화공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땀을 식히며 파동밴드와 설장구 공연 등 문화 행사를 즐겼다. 이 자리에서 조직위에 참여한 운동가들이 함께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전세계 비핵화 실현 △유엔안보리결의 1325호에 의거해 한반도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민간인 교류 전면 자유화와 이산가족 재결합 즉각 실시 △모든 국가는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폭력 금지 △군비 축소해 여성의 복지와 환경보호에 사용 등을 촉구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씨는 “평화 안착을 위해서는 리더의 힘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곳에서 평화협정을 맺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차량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던 출입통제된 길을 1000여명이 걸었다는 것은 변화된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으나 아직 성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오늘 우리 여성들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열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선언문

4·27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2018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여성들은 남과 북,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하라

2. 한반도 비핵화 뿐만 아니라 전세계 비핵화를 실현하라

3. 유엔안보리결의 1325에 의거하여 한반도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

4.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 하라

5. 민간인 교류 전면 자유화와 이산가족 재결합 즉각 실시하라

6. 모든 국가는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폭력을 금지하라

7. 무고한 시민들을 억압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라

8. 군비를 축소해 여성의 복지와 환경보호에 사용하라

 

평화는 오직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이 땅에서 전쟁의 위협이 영원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 평화의 길에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남과 북의 모든 시민들, 전 세계의 정의로운 시민들이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5월 24일

2018 여성평화걷기 조직위원회, Women Cross DMZ, Nobel Women’s Initi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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