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삶 녹여낸 노동영화 찍고 싶어

“처음 기본급이 삼십 얼마였어요. 2년이 지났어도 사십 얼마 밖에 안 됐어요. 그때 보니까 정식사원 기본급이 팔십 얼마 더라구요” (파견 사무직 여사원)

“채용할 때 원장이 면접을 봐요. 근로계약서도 없고 마음에 들면 구두로 채용되고…(구두 내용을) 지켜주면 양심적인 거고 안 지켜줘도 어쩔 수 없고”(학원강사)

“세금 내고 어쩌고 하면 20만원이 나가는데 남는 20만원 가지고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더라고”(용역직 청소미화원)

비정규직여성권리찾기 운동본부(본부장 이철순·최상림)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4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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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제작에 들어간 이 영화는 골프 경기보조원, 학원강사, 구성작가, 청소미화원, 식당조리사, 파견사무직 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일과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미례씨는 “주변부로 밀려나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투쟁가도 몰라 유행가 가사를 바꿔 부르며 거리로 나서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던 것.

김씨는 “영화를 찍으며 배운 게 많다”며 “여성운동을 노동운동의 한 부분으로 봐왔지만 이번 기회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다.

IMF 시기에 목수인 아버지의 삶을 보며 김씨는 건설일용노조에 무작정 찾아가 일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이때부터 영상물 제작을 맡아 <대구건설노조투쟁기록>, <고요한 실업의 나라> 등을 연출한 그는 지난해 제4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 아버지의 하루를 담은 <해뜨고 해질 때까지>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을 다니며 촬영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진주 ㄱ대 식당조리사 아주머니들과의 만남. 이들은 학교 식당 민영화로 근로조건이 계속 악화되자 투쟁을 통해 식당을 다시 직영으로 전환시키고 정규직 고용승계를 이뤄냈다.

그러나 정규직이 된 식당조리사 아주머니들은 매일 면담을 하거나 허드렛일만 하게 되는 등 일상적으로 감정적 차별에 직면해야 했다. 김씨는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이 되어도 그 자리를 지켜내기 힘들다는 걸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건설 일용직인 아버지의 삶 뒤에는 어머니의 삶도 있다”는 김씨는 앞으로의 작업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면서 남성, 여성의 삶을 같이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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