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특성 조합하면 무수한 ‘성’
다양한 특성 조합하면 무수한 ‘성’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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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의 존재와 이들이 겪는 갈등과 혼동, 그리고 사회적 차별은 과연 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니마 시삽 다은씨는 만나자마자 “만약 도깨비방망이로 누군가 당신의 몸을 남성(반대쪽 성)으로 바꾼다면 어떻겠는가”라고 물었다.



만나는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다양한 답이 나왔다. “너무 어색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참고 몸에 맞춰 살겠다.”(32세 회사원) “짜증나겠지만 좀 여성스러운 남자로 살지 않을까?”(29세 회사원·동성애자) “어떻게 남자들 속에 껴서 살겠나. 못 살지.”(47세 주부) “난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 여자랑 결혼해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다.”(25세 학생·이성애자)



그런데 남성의 몸을 참지 못하고 몸의 형태를 여성으로 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트랜스섹슈얼의 경우는 어찌 보면 보통 여성들보다 더 여성성이 강한 사람인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무엇이 여성적인 것인가’



도깨비방망이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 여성인가’ ‘무엇이 여성적인 것인가’를 되묻게 해주는 좋은 예다.



성정체성과 성역할에 대해 연구해 온 많은 학자들은 사람의 ‘성’을 몇 가지 속성을 통해 나타내왔다. ‘염색체가 무엇인가’ ‘성기구조와 신체모양은 어떠한가’ ‘어느 두뇌가 발달했는가’ ‘사랑과 섹스의 지향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등이 그 구분기준이다.



흔히 성염색체 하면 XX와 XY만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XO, XXY, XYY…도 존재하며, 성기도 음경과 질 뿐 아니라 간성(양쪽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으로 태어나는 아기도 종종 있고 둘 다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성’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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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이고 생물학적인 특성만으로 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수리능력이 뛰어난가 언어능력이 뛰어난가, 적극적인 성격인가 수동적인 성격인가, 여성을 사랑하는가 남성을 사랑하는가, 어느 쪽 성에게도 성적매력을 느끼지 않는가 아니면 양쪽 다에게 느끼는가,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이라고 생각하는가, 중성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모르겠는가…



이렇게 다양한 개인의 특성을 조합으로 만들면 수도 없이 많은 ‘성’이 탄생할 수 있다.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최근 학계의 연구들은 고정적이며 영구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섹스(sex:해부·생리학적 성)의 영역까지도 동요하고 부유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 뿐 아니라 남/여라는 이분법적인 사고틀 안에서 배제되어온 ‘또다른 정체성’에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젠더(gender:사회적 성)의 이분법적 구분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연구자료들도 적지 않다. 미국 안보국 분석과에서 조사한 ‘성행동에 관한 CIA 보고서’에 의하면 인디아, 미얀마, 오만, 폴리네시아 등 다양한 사회 형태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남성들이 인정되어 왔고 잘 정의되어 왔고 높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역할을 맡아왔다. 보고서는 “만일 미국 사회에 지금처럼 강력한 사회적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여성의태(gynemimiesis:남성의 여성복장착용)는 훨씬 더 보편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디언 부족에서 인정받았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버디치(berdache)를 연구한 웬디 수잔 파커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무한히 나뉘어질 수 있는 성의 스펙트럼의 분산 속에서 오직 한 가지 또는 다른 한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버디치에 대한 이해는 인류가 성의 무지개가 펼쳐 보이는 아름다운 스펙트럼 속 그 어느 곳에 놓이게 되던지 간에 그 아름다움을 사랑할 줄 아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고추냐 조개냐’ 구분 문제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노최 영숙 연구원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규정이 성역할 구분을 낳았고 그것은 곧 성차별을 가져왔다”며 “그 틀 안에서 자신의 몸과 성격과 욕구를 끼워 맞추느라 얼마나 답답하게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서울퀴어영화제 프로그래머 서동진씨는 <퀴어아카이브 Queer Arhive> 4월 프로젝트를 통해 트랜스젠더, 드랙퀸, 크로스드레서 등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복잡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남자와 여자란 것이 굳이 꼭 두 개의 성별이 있어야 하는지 엉뚱하게 묻는 것일 따름입니다. 아니, 그 두 개의 성별이란 것이 그렇게 한결같은지, 분명한지 묻자는 것입니다.”



그의 질문이 엉뚱하고 황당한 것일까. 혹시 개인의 다양한 해부학적, 생리적, 지적, 심리적, 성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고추냐, 조개냐’ 두 단어로 성을 구분하는 우리의 관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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