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사랑’에 늙는줄 몰라요

딱. 딱. 딱. 딱.

바삐 발 움직이는 소리와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 갑자기 터져 나오는 함성과 몰아쉬는 숨소리.

40mm의 작은 공이 쉴새없이 왔다갔다 하는 탁구장의 풍경이다. 탁구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농구나 배구처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운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일같이 탁구장에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생활체육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혹은 단체에서 주최하는 각종 탁구대회가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등 아마추어 탁구인들의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이들 중 30대 이상 여성들은 매년 ‘전국어머니 탁구대회’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여성스포츠회 주최로 열리는 ‘전국어머니 탁구대회’는 올해로 9회 째를 맞아 10월 21일 단양에서 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지난해 642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등 갈수록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16-1.jpg

◀ 지난해 전국어머니탁구대횡 참가한 여성들

30대 이상 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는 이 대회는 탁구를 시작한 지 1년 미만이고 시합경험이 없는 사람, 3년·5년 미만, 5년 이상으로 자격을 정하고 각각 개나리, 국화, 장미, 무궁화부로 나누어 복식으로 시합을 갖는다. 또 각 부에서 우승한 사람들은 1998년부터 한일친선체육대회 등 일본의 생활체육인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 무궁화부 우승자 중 한 명인 오미현(43)씨는 199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년째 탁구를 즐기고 있다. 1999년 우승자인 정동례(47)씨 역시 1992년부터 줄곧 탁구만 치고 있는 탁구매니아이다.

전국대회 올 9회째 30대이상 참가

“40mm작은공에 푹 빠졌어요.”

우승자들 한일친선대회 참가도

오씨는 탁구를 처음 시작한 초기에 개나리부로 참가한 이래 4년 전 국화부에서 2등, 1999년에는 패자부활전에서 1등을 하는 등 꾸준히 경기에 참가한 끝에 지난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정씨는 1999년 우승한 데 대해 “나이가 많으면 힘든 데다 우승하려면 운도 따라야 해 우승하기가 참 힘든 대회이기에 1등을 했을 때 더 자랑스러웠다”고 밝힌다.

정씨는 탁구의 매력에 대해 “골프가 전기줄에 앉아 있는 참새를 쏘는 것이라면 탁구는 날아다니는 참새를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타법, 공의 종류, 라켓의 나무 재질, 스폰지 두께, 고무 재질 등에 따라 속도, 방향 등 구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살아 있는 공’을 쳐야 해 매우 힘들다는 것.

정씨는 “탁구가 재밌어서 계속하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여기에만 전념해서 빠져들게 되는 때”가 오는데 이 때 너무 열심히 쳐서 탈진과 체력소모를 겪었을 정도로 탁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또 이 운동을 시작한 후 커피도 끊었다.

@16-2.jpg

탁구는 쉴새 없이 움직이며 공을 주시해야 해 순발력을 기를 수 있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며 하체·두뇌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오씨는 “탁구는 주부들에게 잘 맞는 운동인 것 같다”고 평한다. 실내에서 4계절 모두 할 수 있고 햇볕을 쐬지 않아도 되며 실력이 늘수록 운동량이 늘어나 단계적으로 체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중력이 향상되며 내 경우 체력도 약했고 저혈압이었는데 많이 좋아졌으며 계속해서 공을 따라 눈이 움직여서인지 시력도 약간 나아졌다”고 밝힌다.

정씨는 “나는 허약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골다공증, 생리불순 등이 없다”면서 “40대 후반인 한 분은 탁구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나서 요실금이 없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전국어머니 탁구대회 외에도 매년 다양한 생활체육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오씨는 이 같은 대회에 나가면 “평소에 늘 만나던 사람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전혀 다른 게임을 해보게 돼서 재밌다”고 말한다.

정씨는 요즘도 한번에 2∼3시간씩 일주일에 다섯 번은 온몸이 여러번 흠뻑 젖도록 탁구를 친다. 그의 차에는 언제 어디서나 탁구를 칠 수 있도록 음료, 운동복, 라켓 등이 구비돼 있다. 오씨 역시 매일 저녁 탁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탁구장에 가서 게임을 즐기며 건강과 여가를 함께 챙기고 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 관련기사 ]

[인터뷰]10년 넘게 탁구교실 운영하는 정현숙 씨

탁구 이렇게 시작하세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