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도 불구하고 ‘2018 서울가요대상’ 레드카펫에 선 여성 연예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봄’이었다. 남성들의 옷차림과는 대조적이었다. 언론은 여성들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여성의 몸을 감상용으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2018 서울가요대상’ 레드카펫에 선 여성 연예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봄’이었다. 남성들의 옷차림과는 대조적이었다. 언론은 여성들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여성의 몸을 감상용으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서운 추위 속 열린 25일 서울가요대상

여성 연예인은 짧은 치마·망사 드레스 등 노출 의상

외투 입은 남성 연예인들과 대조적

“여성의 몸을 눈요깃거리로 보는 여성혐오 만연”

미니스커트, 시스루 드레스, 목과 어깨, 다리가 드러난 슬립 드레스.... 영하 15도를 밑도는 기록적인 추위 속에서도 여성 연예인들의 드레스코드는 ‘봄’이었다.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성 연예인들의 옷차림 얘기다.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강추위에 걸맞은 옷차림이 아니라 ‘눈요기’를 위한 옷차림” “여성 아이돌 학대 아니냐”는 탄식이 나온 까닭이다.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성 연예인들은 대부분 노출 의상 차림이었다. 맨 위 왼쪽부터 배우 김소현, 박은빈, 가수 수란, 배우 윤소희, 가수 청하, 배우 홍수아, 그룹 볼빨간사춘기, 프리스틴,  레드벨벳, 마마무. ⓒ뉴시스·여성신문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성 연예인들은 대부분 노출 의상 차림이었다. 맨 위 왼쪽부터 배우 김소현, 박은빈, 가수 수란, 배우 윤소희, 가수 청하, 배우 홍수아, 그룹 볼빨간사춘기, 프리스틴, 레드벨벳, 마마무. ⓒ뉴시스·여성신문

남성들은 어땠을까?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남성 연예인 모두 긴팔 상·하의에 외투를 걸쳤다. 매서운 한파를 막기엔 부족할지 모르나, 적어도 ‘노출 의상’을 입은 남성 연예인은 없었다.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일부 남성 연예인들. 맨 위 왼쪽부터 그룹 워너원, 비투비, 방탄소년단, 뉴이스트W, 갓세븐, 세븐틴, 가수 차은우,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윤종신. ⓒ뉴시스·여성신문
‘2018 서울가요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일부 남성 연예인들. 맨 위 왼쪽부터 그룹 워너원, 비투비, 방탄소년단, 뉴이스트W, 갓세븐, 세븐틴, 가수 차은우,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윤종신. ⓒ뉴시스·여성신문

언론은 여성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의상’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었다. 이날 매체 대부분이 여성 연예인들이 어떤 노출 의상을 입었는지, 얼마나 몸매가 좋은지, 영하의 추위에도 몸매를 드러낸 여성들의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여성 연예인들의 옷차림을 보도한 기사 제목 대부분은 자극적인 여성 대상화로 점철돼있다.
여성 연예인들의 옷차림을 보도한 기사 제목 대부분은 자극적인 여성 대상화로 점철돼있다.

일부 기사 제목만 모아 보면 이렇다. “‘한파 속 각선미 노출’ 헉”(뉴스인사이드), “한파에도 이길 수 없는 각선미”(뉴스팩트), “강추위 속 아찔 각선미 과시 ‘물오른 미모까지!’”(머니투데이방송), “한파도 이겨낸 초미니”(스포츠투데이), “추위도 물리친 여신들의 패션”(일간스포츠), “한파에 시원하게 뚫린 뒤태”(티브이데일리), “한파 무시하는 과감한 시스루”(한국경제), “추위가 뭐예요? ‘파격 란제리 의상’”(한국스포츠경제), “한파 잊은 미니스커트 패션(SBS 스포츠)” 등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누구이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하기보다, 얼굴과 몸을 조각내어 평가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 헤드라인이 대부분이다.

이날 시상식을 내내 지켜봤다는 직장인 김희원(33) 씨는 “야외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뷰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게 왜 외투조차 입히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날씨에 노출 의상을 고집하는 게 그들의 건강과 컨디션에도 좋을 리 없다. 여성의 몸을 감상하기 위한 몸, 품평할 상품으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그만큼 만연하다는 증거 아니겠냐”며 혀를 찼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아이돌은 언제나 예쁘고 즐거워 보여야 하며, 그게 전문성의 척도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추워도 춥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것이 전문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옷보다, 원치 않은 노출이 있을까봐 계단도 조심히 올라야 하는 옷을 입히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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