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률상담소 2000년 상담통계

혼인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00년도 상담통계를 보면 전체 상담 가운데 이혼이 60.2%(5650건)를 차지했고, 이혼상담을 한 내담자 가운데 여성이 85.9%인 4854명으로 14.1%를 차지하는 남성의 6.1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혼사유는 남녀를 불문하고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꼽는 경우(여성 36.7%, 남성 46.2%)가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성격차이’(여성 18.4%, 남성 38%)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는데 상담소측은 “남성 내담자들이 이혼을 하려는 사유가 아내의 구체적인 유책행위보다 ‘시집에 잘하지 못한다’, ‘순종적이지 않다’, ‘여자답지 못하다’는 등 추상적이고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며 “남성들의 이러한 사고의 근원에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하는 가부장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여성들이 이혼사유로 꼽은 것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29.5%)였는데, 남편에 의한 아내와 자녀에 대한 폭력이 주류를 이루었다. 가정폭력은 대부분 다른 이혼사유들과 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30대와 40대의 이혼상담이 70%에 달해 이혼으로 인한 자녀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소측은 “양육비 확보 등 자녀 양육에 관한 제도적 입법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이혼자녀의 성과 본, 호적제도의 불합리함은 호주제 폐지가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친양자제도의 개선과 이를 포함한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상담소측은 덧붙였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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