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찾기’ 명분 유전자정보은행 구축 인권침해 우려

유전자정보 보호위한 ‘인간유전정보보호법’ 제정돼야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는 대검찰청, 한국복지재단, (주)바이오그랜드와 협약을 체결하여 유전자정보(DNA)를 활용한 미아(가족)찾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MBC는 뉴스를 통해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유전자감식실에서 감식한 유전정보를 통해 14년만에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은 부모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며 유전자 감식을 통한 미아찾기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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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머리카락 한올로도 개인의 유전정보를 쉽게 감식해낼 수 있는 기술의 발달을 보면서, 감탄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미아찾기 사업은 말 그대로 전국 미아들의 유전정보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개인유전정보 보호에 대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가 통제된다는 점이다. 정보 유출시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책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예는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유전자정보 채취 대상이 범죄자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그마저도 개인인권침해라는 이유로 숱한 반대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이미 1996년부터 검찰에서는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정보은행의 구축을 계속 추진해왔으며, 이번 미아찾기 사업에서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서 유전자 검사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등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에서는 미아찾기와 범죄자 구분에 쓰이는 기술이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유전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검체를 수집해서 보유하고 있는 한, 나의 모든 정보가 검찰에 알려지는 것을 현재로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 이런 세세한 정보들이 검찰로 넘어갔을 때의 위력은 또 하나의 전자주민카드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얼마전 헌혈 혈액이 민간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간단한 요청서 한장만으로도 연구용이라는 외피를 쓰고 유출된 사건으로 미뤄 보았을 때, 이번 국가주도의 유전정보은행 구축 사업에서도 개인유전정보 보호에 대한 다짐을 쉽사리 믿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과 국가기관에 제공된 미아나 부모의 유전자정보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용도로 쓰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아무리 인도주의적인 목적을 가졌더라도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유전정보은행 구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 유전자정보를 보호하는‘인간유전정보 보호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할 것이다.

관련 국내 사이트:인간 유전정보 보호 시민행동(http://bioact.net)

김지연/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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