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혜/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

6∼7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가수 김건모가 등장하는 광고모델 비용이 4억원이 된다는 뉴스를 듣고 그날 저녁 소주 집에 월급쟁이들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봉급생활자가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여도 1억원을 모을까 말까 까마득한 일인데 20초짜리 광고모델비용으로 4억원이라니 아마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줌마 부대들이 8억원이라는 액수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배우 최진실에게 광고모델료로 8억원을 지불하려고 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배우 최진실뿐만 아니라 가수 서태지도 모델료가 10억원이 넘는다는 소문도 있다. 배우, 가수, 스포츠맨 등 연예인의 모델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소위 연예인들 사이에서 뜬다는 의미는 광고시장에서 모델료로 들어오는 수입을 갖고 평가하기도 한다. 누구는 얼마를 받고 화장품 모델을 섰는데 나는 최소한 그 모델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서로의 몸값을 올리는 경쟁을 한다.

특히 인기 여배우의 개인적인 결혼, 임신, 출산의 경험을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상업화를 부추기는 매스컴이 더욱 고약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결혼 후 아기를 낳은 인기 여배우를 등장시켜 ‘내 아이만은 똑똑하게 키우겠다’ ‘똑똑한 엄마는 아기에게 엄선된 무엇만을 먹인다’ 등의 광고를 하게 하여 많은 아기 엄마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아기사랑 수’와 ‘임페리얼’광고를 통하여 교묘하게 분유를 광고함으로써 국내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규약도 지키지 않는 기업행위를 하면서 모유 수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이다. 분유광고에 모델로 등장하는 배우는 최소한 자신의 광고가 어린이와 젊은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금은 생각하고 출연했으면 한다. 아기에게는 엄마 젖이 최고의 선물이다. 그런 모유 수유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분유광고라는 것이다. 분유광고는 1981년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모유대체식품판매규약을 만들어 전 세계에 광고금지를 촉구하고 있으며 우리도 1991년 보건복지부의 식품위생법에 의해 금지하였다.

8억원이라는 비싼 모델료는 결국 분유가격의 상승으로 아기와 엄마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기업의 과다한 광고비 지출은 소비자 기만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IMF 이후 분유 값을 벌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엄마와 실직 가장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는가? 힘없는 아기와 엄마 주머니 털어서 모델료에 8억원을 들이는 기업행위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모유 수유를 저해하여 신생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도덕한 기업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 우리 소비자들은 뭉쳐야 할 것이다.

광고시장에서 광고주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제작진들이 만들어 놓은 광고 컨셉이나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제작비를 무기로 광고주들은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광고주들은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 아기와 아기엄마들은 8억원의 고액 광고모델 분유광고를 더 이상 용납하고 있지 않다. 차라리 그 돈을 엄마 젖이 모자라 분유를 먹어야 살 수 있는 가난한 아기에게 돌려주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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