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위헌심판제청 결정 의미

4건의 소송중 2건 인정…호주제 폐지운동 청신호

여성계, 헌재에 양성평등에 부합하는 판결 촉구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지원장 양승태)은 지난 달 29일 “남편이 호주로 돼 있는 것을 무호주로 바꾸고, 자식을 이혼한 어머니의 호적에 편입시켜 달라”며 배아무개씨 등 5명이 서울 관할 구청들을 상대로 낸 호주변경신청 불수리처분 취소신청에 대해서 위헌심판제청을 결정했다.

이보다 이틀 앞선 27일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지원장 안성회)도 같은 이유로 양아무개씨가 제기한 입적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변경신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호주제 위헌 원고인단이 제기한 4건의 소송 가운데 두건이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호주제 폐지운동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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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법원이 호주제 위헌심판제청을 결정함에 따라 유림 등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호주제 폐지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북부지원은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제778조는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여 일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호주를 정점으로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순위를 지움으로써 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한 헌법 전문 및 제4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인정한 헌법 제10조,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과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되며,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는 신청인들의 위헌주장과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자(子)는 부가(父家)에 입적한다’라는 부분이 위헌적 제도인 호주제도에 기초하므로 역시 위헌이라는 신청인의 주장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두 조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

또한 서부지원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의 ‘자는 부가에 입적한다’라는 부분이 민법 제778조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하였으나 이 부분이 부계중심주의 원칙을 채택하여 자녀가 속할 가(家)를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가로 정하여 남녀의 성(性)에 따른 차별을 두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 및 헌법 제36조 제1항과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민법 제781조 제1항 해당 부분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하였다.

북부지원 양승태 지원장은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내릴 것이지만, 원고들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호주제 폐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있으며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주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위헌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는 데 힘써 온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일제히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며 헌법재판소도 양성평등을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헌법정신에 따라 호주제의 위헌성을 판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여성계는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을 표했다.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북부지원의 경우 민법 제826조 제3항의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라는 부분이 호주제 또는 부부차별을 조장하는 조항인데,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으나 이 역시 호주제 또는 부부차별을 조장하는 조항이므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수용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또 “이번 위헌심판제청의 근본 목적은 호주제 폐지인데 서부지원의 경우 민법 제781조 제1항이 제778조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하였는데, 해당 부분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화숙 교수(경원대 법학과)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국가기관인 법원이 차별성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호주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1991년 민법개정에 의해 호주권의 대부분이 약화되었으므로 호주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으니 굳이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호주제의 문제는 호주권의 강약이 아니라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이 편성된다는 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즉 호주제가 세법이나 각종 사회보장법, 국제사법에도 영향을 미쳐 결혼한 딸을 차별하고 부부중 아내를 차별하며 부계혈통중심적 법제도의 원인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번 판결이 지난해 12월 6일 가정법원에서 기각, 현재 항소 중인 사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호주제 폐지와 양성평등 사회 실현에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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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폐지 향한 물꼬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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