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지원할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대한민국 장관의 취임사에 ‘아이’, ‘가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녀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서 초대내각에 역대 정부 최다인 여성 장관(급) 6명(31.6%)을 임명 이후 정부 부처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외교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핵심 부처나 남성이 장악한 부처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변화의 파장은 더 크다. 역대 정부의 초대내각 여성 비율은 김영삼정부 18.7%, 김대중정부 17.6%, 노무현정부 21.0%, 이명박정부 6.6%, 박근혜정부 11.7%에 그쳐 여성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인사는 없었다. 역대급 홈런이다.” 지난 5월 17일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전 중령이 임명되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메시지다.

피우진 예비역 중령의 국가보훈처장 임명은 문재인정부 인사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로 꼽힌다.

대한민국 1호 여군 헬기조종사이면서, 27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부당한 여성 차별에 반기를 들고 불합리한 제도와 싸운 상징적 인물이다. 유방암 수술로 인한 강제퇴역을 당하자 국방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승소 후 복귀했다.

피 처장은 후보자로 임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공직의 30%를 여성으로 할당하겠다던 문 대통령 공약의 수혜자”라고 자평하고 “제가 생각하는 보훈처는 보훈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훈처 직원은 “피처장은 차별과 편견과 맞서 싸운 대표적인 분인 만큼 평소 여성 문제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신다”면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사업의 경우도 피 처장이 직접 문제를 지시하면서 착수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 처장은 지난 9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관한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여성의 실명조차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던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독립운동을 하고도 드러나지 않은 여성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독립유공자의 제적원부를 조사하고, 배우자인 여성의 인명을 밝혀내 독립운동에 대한 기여나 활약상을 역추적하겠다는 게 보훈처의 구상이다.

피 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연 확대뿐만 아니라 ‘여성성’이 가진 섬세하고 내밀한 관점으로 조직의 문화, 업무절차,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성성이 가진 커뮤니케이션 강점이나 다양성을 바라보는 융합의 강점들을 여성 장관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발휘하면서 사회통합과 소통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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