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문화혁명 우리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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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TV 가요순위프로에는 가수와 댄서는 있으나 악기는 없다”

음악프로에 정작 있어야 할 악기가 없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혹자는 보여주는 음악도 그 나름의 미덕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정도로 지나치기엔 문제가 많다는 게 가요계 일각의 얘기.

지난달 31일 록밴드 블랙홀이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위한 공연을 열었다. 가요순위프로가 가요음악계의 왜곡을 가져온다고 인식한 이들이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를 돌려주자며 방송의 일방적인 대중음악 정책에 반기를 든 것. ‘블랙홀의 문화혁명’이란 이름의 이날 공연에서 이들은 이제까지 발표한 7장의 음반과 장애인을 위한 옴니버스 음반에 담긴 곡 등으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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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100회 이상의 지방공연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는 블랙홀.

리더인 주상균은 “TV순위프로가 음악적 재능보다 비디오적 요소가 더 고려된 댄스 가수들만을 보여줌으로써 10대들에게 외모가 따라주거나 춤만 잘 추면 저들처럼 화려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방송 순위프로가 낳은 ‘심각한’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들 댄스가수들은 문화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힘들다는 게 문제라는 그는 대개의 TV프로에서 이루어지는 대형화된 무대의 무료 공연이 사람들로 하여금 공연문화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하고 공연이 침체되다 보니 제대로 된 음향담당자 하나 찾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블랙홀은 89년 결성된 이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아픔을 감성이 풍부한 록이라는 장르에 녹여내며 한국적인 헤비메탈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밴드이다. 주상균(보컬과 기타), 정병희(베이스), 김응윤(드럼), 이원재(기타)로 구성된 블랙홀은 소위 돈 안되는 음악인 메탈을 하면서 지금까지 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왔다. 지방의 작은 소도시까지 가서 공연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음악으로 교감하려는 진정한 음악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도 저희 음악이 좋아 음반을 산 사람들이 있을텐데 서울에서만 공연한다면 그 사람들에겐 불이익인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는 주상균과 멤버들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도 뮤지션의 큰 역할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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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7집 재킷.

지방공연을 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운다는 이들은 <깊은 밤의 서정곡> <녹두꽃 필때에> <내 곁에 네 아픔이> <새벽의 DJ> 등의 곡으로 현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며 이를 치유하고 포용하자고 얘기해 왔다. 특히 7집 앨범 에서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의미하는 다섯 개의 상징과 두 가지 희망을 노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했다.

앨범 1장 만드는 데 보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그들은 보통 곡 하나에 50∼100번 이상 데모 테이프를 만들면서 작업한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음반이기 때문에 각각의 음반마다 이들이 부여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공연 이후 계속해서 지방 순회 공연에 나서는 블랙홀은 ‘문화혁명 전국투어’ 마지막엔 록그룹 사상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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