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부적합’ 잘못된 선입관이 걸림돌

뒤늦게 84년 LA올림픽서 정식종목 채택

마라톤의 기원에 관해서는 고대 그리스의 한 병사가 승전보를 알리려고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뛰었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전설에 가까웠던 이것을 근대 올림픽의 시작인 1896년 올림픽에서 쿠베르탱 남작이 부활시켰다.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으로 자리 잡았으나, 여성에게는 오랫동안 문호를 열지 않았다. 이유는 장거리 달리기가 여성에게 해롭고,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었다. 때문에 1928년 올림픽 이후 금지된 800m달리기가 1960년 올림픽에 재등장할 때까지 여성 달리기의 중·장거리 종목은 전무했다.

1960년대 초 몇몇 선구적인 여성들이 마라톤 대회에 비공식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여성의 능력 밖이라는 설을 일축했다. 1967년 보스턴 마라톤에 몰래 참가한 여성 선수가 심판에게 적발되어 쫓기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고, 이것은 여성의 마라톤 참가가 사람들 사이에 공론화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3년 독일 반트니엘에서 여성만의 마라톤이 개최되고,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의 스폰서를 얻어 1978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에이본 국제 여성마라톤이 열리게 되었다. 그 이후 여성만의 마라톤 대회는 계속되었고, 차차 기존 유명 마라톤 대회들이 여자부를 신설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에 기반한 평등을 부르짖는 올림픽 정신이 무색하게도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야 여자 마라톤을 정식 종목으로 승인했다. 가장 높은 벽이었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이루어지자 여성 마라톤은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세우기 시작한다. 물론 1960∼1970년대 여성 마라토너들의 꾸준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의 채택으로 선수층의 저변이 확대되어 엘리트 선수의 기록은 급격히 향상되고,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 동호인에게는 가장 보편적인 운동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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