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주간을 맞아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야외무대에서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야외무대에서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페미니즘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2015년 ‘메르스 갤러리’,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기점으로 촉발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그 중심엔 2030 여성들이 있다. 공기처럼 떠돌던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들은 이제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언어로 불편한 일상과 불평등한 사회구조 바꾸기를 실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누군가에겐 페미니즘은 낯선 단어다. ‘페미니스트는 프로불편러’라고 무조건 비아냥대거나, ‘성평등은 이미 이뤄졌다’거나, 젠더, 페미니즘이란 용어의 뜻조차 정확히 모르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런 반응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페미니즘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화가,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페미니스트 작가’ 7명이 머리를 맞댄 것 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조금 더 쉽고 무겁지 않게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것.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야 마음의 거리도 좁힐 수 있다.

양성평등주간이 시작된 7월 1일 서울 대학로는 7명의 작가들의 작품과 프로젝트로 시끌벅적했다.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노뉴워크, 라우독스, 여성예술인연대(AWA) 소속 작가인 봄로야, 배민경, 유재인, 윤나리, 윤선(민문), 자청, 혜원 등 페미니스트 작가들이 참여해 기획했다. 작가들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성평등에 대한 사건과 기억을 각각 시각 이미지와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작업물로 시민과 함께 했다.

행사장 곳곳은 전시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온 대학생부터 연극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들른 커플, 자녀의 손을 잡고 나들이 겸 부모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하고 전시물을 관람했다. 한편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가사노동을 주제로 한 자청 작가의 ‘가사노동노조_#사랑이라는 노동에 반대합니다’ 작업 부스를 지나던 한 남성은 “애를 낳지 않은 사람은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엔 시큰둥하다가도 직접 워크숍에 참여한 뒤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1년째 연애 중인 20대 커플은 혜원 작가의 ‘젠더가 뭐죠? 수수께기 놀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성 고정관념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작업에 참여해서야 내가 ‘날씬하고 긴 머리에 치마를 입어야 아름답다’고 여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참고문헌 없음』 수록글 중 이성미 시인의 ‘거리’에 관한 글을 주제로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한 봄로야 작가는 “‘거리’라는 주제의 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의 마음의 거리, 사건과 일상 사이의 거리를 담았다”고 했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거리다. 이날 전시에 참여한 한 여성의 소감이 예술문화를 통한 ‘말걸기’가 대중과 페미니즘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투털거림이나 개인의 일로 치부되는 가사노동 같은 이슈를 이렇게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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