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민 아이소이·대표 김화경 로켓뷰 대표·김슬아 더파머스 대표

“여성들에게 도움 주고자 창업 결심했어요”

“창업하려는 명확한 철학 있어야 버틸 수 있어”

 

14일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여성 CEO 3인의 3색 창업 스토리’ 특강이 열렸다.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재학생들이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스마트북스
14일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여성 CEO 3인의 3색 창업 스토리’ 특강이 열렸다.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재학생들이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스마트북스

“창업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자신의 철학과 그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험난한 과정을 버틸 수 있습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 어떤 일을 결정할 때 ‘3M’을 생각합니다. 머니(Money)·미닝(Meaning)·미션(Mission), 돈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일의 의미와 그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명이 훨씬 중요합니다.”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여성 CEO 3인의 3색 창업 스토리’ 특강이 열렸다. 스마트북스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 출간 기념으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는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재학생 등 1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각 분야에서 ‘창업의 신’이라 불리는 여성 CEO 3인은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경험에서 비롯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천연화장품 기업인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는 원래 잘 나가던 광고계 카피라이터였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 애니콜’ ‘나는 나, 톰보이’ ‘선영아 사랑해’ 티저 광고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현대그룹 광고회사인 금강기획(현 이노션)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제일기획까지 15년간 광고계에 몸담았다. 이후 여성포털 ‘마이클럽’ 부사장을 거쳤다.

이 대표는 “여자 카피라이터가 드물던 시절,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바뀌는 제도가 있었다”며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하고 퇴근도 제일 늦게 했다. 그 결과 결혼하고도 회사에 다니는 최초의 여직원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최고의 성과를 내고도 승진에서 탈락하기도 했고 유부녀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을 하며 이 대표의 꿈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됐다. 여성 포털 마이클럽의 부사장으로 영입된 후에는 여성을 위한 사업을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마이클럽을 키웠지만 홍콩 본사의 결정에 따라 갑자기 회사 문을 닫는 부침도 겪었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철학만큼은 계속됐다.

결국 이 대표는 여성들의 몸에 좋은 화장품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 피부 트러블 등이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아임 소 인텔리전트(I’m so intelligent)’의 줄임말인 아이소이는 화장품을 살 때도 주요성분을 확인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천연 화장품 제조 기술력을 쌓느라 아이소이를 창업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대표는 “피부가 민감해 고생했는데 천연화장품을 쓴 이후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며 “여성에게 먹는 것 다음으로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몸에 좋은 화장품을 만든다’는 아이소이의 철학처럼 1등 천연화장품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 김화경 로켓뷰 대표 

“도전하면 반드시 경험치 +1 돼있을 것”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자신이 졸업한 스웨덴 왕립공대를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북스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자신이 졸업한 스웨덴 왕립공대를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북스

국내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스웨덴 유학과 삼성전자를 거쳐 창업을 결심한 김화경 로켓뷰 대표는 “도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성공’과 ‘실패’ 두 가지”라며 “실패했을 경우 후회와 좌절이 밀려온다. 그럴 때 복기해보고 깨달아야 한다. 반드시 경험치가 ‘+1’ 되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에게는 스웨덴 유학과 직장생활이 창업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됐다. 그는 졸업 후 30명 규모의 작은 벤처회사에 취업했다. 3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 순간 ‘번 아웃’이 됐다.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북유럽 IT 문화에 관심이 생겨 단 돈 3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스웨덴으로 떠났다. 결국 스웨덴왕립공대 HCI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유학 후에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입사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스마트폰의 차세대 콘셉트를 발굴하는 ‘S# 태스크포스’ 팀에 참여하게 됐다. 각 부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팀이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B2B 모델인 ‘라이콘’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기기를 찍으면 사용 매뉴얼과 제품 정보 등을 알려준다. 처음 보는 제품이라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B2C 모델인 ‘찍검’을 개발했다. 최저가 쇼핑을 위한 오프라인 바로검색 앱서비스다. 상품명을 찍으면 관련 최저가와 평점, 리뷰 등을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북유럽의 혁신은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한 확신과 믿음에서 비롯한다. 이곳에서의 유학 경험은 창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에서의 직장생활은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줬다”며 “태스크포스팀에서 지금의 로켓뷰를 함께 운영하는 동지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형 ‘홀푸드’ 꿈꾸는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 

“이 일로 인해 뭘해도 상관없을 때 창업하라”

 

14일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여성 CEO 3인의 3색 창업 스토리’ 특강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화경 로켓뷰 대표,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 김슬하 더파머스 대표. ⓒ스마트북스
14일 서울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여성 CEO 3인의 3색 창업 스토리’ 특강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화경 로켓뷰 대표,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 김슬하 더파머스 대표. ⓒ스마트북스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창업의 동기’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회사든 탑5 안에 들 정도로 일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 생각해보니 제일 중요한 ’Why‘가 없었어요. 직장생활 10년 차 끝에 평소 관심 있던 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더파머스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그로서리 브랜드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유기농 식품 등 신선식품과 백화점의 수입 식품 코너에서나 볼 수 있는 양질의 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한해 밤 11시까지 접수된 상품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준다.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슷하다.

김슬아 대표는 미국 보스턴의 웰즐리대학을 졸업했다. 힐러리 클린턴,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을 배출한 150년 전통의 명문 사립 여대다. 그는 “웰즐리대학은 강인한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지배당하지 말고 지배하는 리더가 돼라’는 모토를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친다”며 “그런 가르침이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졸업 후에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등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일했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조직관리와 노하우 등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직장생활에서는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3년간 일하며 일의 스탠더드를 배웠다”며 “평소 ‘일을 마쳤다’고 했을 때 100은 내가 알던 100이 아니더라. 여기 있는 동료들은 100에 20까지 더하고 나서야 일을 마쳤다고 한다. 그만큼 좋은 성과가 난다”라고 말했다.

김슬아 대표는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슬아 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좋은 아이템과 팀 그리고 돈이 있으면 창업이 성공한다는 오해를 한다”며 “이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찾았을 때, 아이템과 팀 그리고 돈 중 적어도 둘은 갖추었을 때, 실패해도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 때 창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