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되겠다”

선언 덕에 지지도 고공행진

 

유리천장 깬 상징, 강경화 후보

지키는 일에 끝까지 최선 다해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5월 30일∼6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차 지지율이 84%로 역대 최고치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후 첫 지지도는 노태우 대통령 57%(1988년 6월), 김영삼 대통령 71%(1993년 3월), 김대중 대통령 71%(1998년 3월), 노무현 대통령 60%(2003년 4월), 이명박 대통령 52%(2008년 3월), 박근혜 대통령 44%(2013년 3월)였다.

과거 대통령 지지율 최고 기록은 1993년 6월과 9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83%였다. 문 대통령이 ‘잘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소통 잘함·국민 공감 노력’(18%), ‘인사’(10%), ‘전반적으로 잘한다’(8%), ‘공약 실천’(7%), ‘개혁·적폐 청산’(6%), ‘추진력·결단력·과감함’(6%) 순이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탈권위주의적인 파격적 행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멀리하면서 마치 제왕처럼 군림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고 격의 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서들이 근무하는 여민관으로 집무실을 옮겼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때는 스스로 커피를 타서 마셨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는 추모사를 마치고 눈물을 훔치며 무대를 내려오는 유가족을 뒤따라가 포옹하며 위로했다. 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국가유공자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고 직접 자리까지 안내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과거에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파격적이고 따뜻한 소통이었다.

둘째, 적폐 청산이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검찰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으며, 국방부에게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법령대로 다시 하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던 4대강에 건설된 16개의 보의 수문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우선 1일부터 6개 보(洑)의 수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적폐 청산을 정권교체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 의미에선 취임 후 일련의 조치는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 업적 지우기를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일 경우 역풍을 맞이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가뭄 대책 없는 정부의 일방적 4대강 보 개방 정책’을 반대하는 것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은 대척점에 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가 향후 정부의 큰 숙제다.

셋째, 민생 챙기기다. 문 대통령은 첫 현장 방문지로 인천공항에 가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적된 30년 이상 된 10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를 6월 한 달간 가동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최근엔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 발언을 검토하라”고 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와 관련해 “초동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완전 종료 시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라”며 “백신 대책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일상 삶과 직결돼 있는 사항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업무지시 형태를 통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려고 하면 잘못된 만기친람 리더십에 빠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행보는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으로 연출된 행보가 아니라 진정성과 일관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 고공 행진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은 유리천장 깨기의 상징적 인물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를 끝까지 지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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