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36% ‘OECD 1위’

남자는 ‘기술직’ 여자는 ‘단순직’

성별 직무분리, 유리벽, 유리천장 여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15년째 부동의 1위다. ⓒ박규영 웹디자이너 (pky789@womennews.co.kr)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15년째 부동의 1위다. ⓒ박규영 웹디자이너 (pky789@womennews.co.kr)

매년 5월 마지막 주간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이다. 남녀고용평등 실현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 기업, 노동자,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공감대 확산을 이루기 위해 2001년 지정됐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관련 부처, 기관에서 행사를 열어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을 기념하고 있지만 여성노동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을 맞아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전화에 포착된 성별임금차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성별을 이유로 한 임금차별은 여전했다.

여성노동자회는 “임금은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이자 노동시장 내 지위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통계상으로도 2016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15년째 부동의 1위다. 여성비정규직 임금은 남성정규직 대비 35.8%로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원이라고 했을 때 여성 정규직 임금은 64원,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이보다 못한 약 35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여자라는 이유로’ 성차별적 임금체계 여전

청소용역직으로 일하는 A씨는 건물 안과 화장실 청소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남성은 외곽 청소와 제초, 쓰레기 운반 및 분리업무를 수행하고 여성에 비해 매월 20만원정도 더 받고 있다. 남성에게만 특별직업수당, 야외작업수당 등의 수당이 있고, 하루 근무시간도 남성이 1시간 더 길다. 남성의 업무가 많아 근무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임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올해 임금인상도 여성은 6.99%, 남성은 10.99%로 성별로 다르게 결정됐다.

여성노동자회는 “A씨 사례처럼 여성노동자가 수행하는 건물 안과 화장실 청소는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므로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남성의 업무에 비해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음에도 남성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각종 성차별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30년 전에 고용상 남녀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같이 성별을 이유로 직접적으로 차별이 가해지기 보다는 직무나 고용형태 등 성별이 아닌 사유로 임금격차를 발생시키나 결과적으로 성차별을 야기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남자는 ‘기술직’ 여자는 ‘단순직’

B씨가 일하고 있는 공장의 조립·포장 업무는 성별에 따라 두 직종으로 나뉜다. 남성은 ‘기술직종’, 여성은 ‘단순직종’으로 분류돼 임금차이도 크다. 남성 평균임금이 250만원~300만원 수준인데 비해 여성 평균임금은 170만~180만원에 그치고 있다. B씨는 같은 공장에서 15년간 근무하다 몇 년 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후 재고용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경력인정 없이 매년 계약이 갱신되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B씨 사례에서 드러난 임금차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차이가 아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여자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면 되지만 남자는 가장이라 임금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남성노동자의 주장은 성차별적 언사”라며 “이러한 논리는 이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여성노동자를 해고로 내몰고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B씨는 구조조정 후 재고용되어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경력인정도 받지 못한 채 매년 초봉임금수준에서 결정되는 비정규직 임금을 받고 있어 성별 임금차별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30년 전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명시돼있지만 여전히 일터에서는 누가 일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다른 임금이 지급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과 경력단절, 저임금 등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피켓을 들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뉴시스·여성신문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과 경력단절, 저임금 등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피켓을 들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뉴시스·여성신문

성별 직무분리, 유리벽, 유리천장 여전히 견고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C씨는 ‘여성이기 때문에’ 주방보조 업무로 배치됐다. 남성은 배달업무에 배치돼 초임이 여성에 비해 20만원 많다. 배달업무가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고 하나 주방업무 역시 화상이나 자상 위험이 크다. 배달업무는 중간 중간 쉴 수 있지만, 주방업무는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하고 여기에 청소업무 및 고객응대까지 담당하고 있어 쉴틈 없이 다양한 일을 수행하며 감정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심한 상황이다.

여성노동자회는 “C씨의 사례는 성별로 업무배치를 다르게 하고, 여성의 업무를 남성에 비해 ‘위험하지 않고 편한’ 업무로 분류해 임금차이를 정당화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C씨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배달업무 수행 여부가 직급 결정의 핵심으로 작용해 이는 남성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업무를 담당하는 남성노동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방업무 등 업무 전반을 습득하도록 독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남성은 점장으로 승진하나 여성은 점장 아래급인 매니저에 머물게 된다. 주방업무로 입사한 남성에게는 배달업무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만일 면허가 없다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장려하면서)하나 여성에게는 입사부터 주방업무로 배치하고, 일정 근속기간이 되어도 배달업무 병행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어 결국 직급의 차이와 이로 인한 임금격차가 더욱 크게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문제는 공공영역에서도 여전히 발생한다. D씨가 일하는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는 임금이나 업무에 있어 성별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승진가능성이 높은 업무, 핵심적인 업무는 거의 남성이 배치된다. 이는 성과 인센티브의 차이 뿐 아니라 이후 승진으로 인한 급여차이로 이어져 성별 임금격차를 확대시킨다. 이에 반해 여성에게는 덜 중요한 업무에 배치시키고 손님 커피 준비나, 회의실 예약, 다과 준비, 명패 제작 등 잡다한 지원업무를 전담시키며 보조적인 인력으로 고착시키고 있다.

D씨 사례처럼 공식적으로는 성차별의 여지를 두지 않으나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와 성역할에 대한 통념을 전제한 업무배치는 결과적으로 여성 차별로 이어진다. 평등의전화에는 심지어 ‘점심시간에 여직원은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나갈 수 없다’거나 ‘회사 워크숍을 갔는데 여직원만 따로 불러 채소를 씻고, 썰고, 고기를 굽고 밥을 하게 했다’는 상담이 접수되기도 했다.

 

OECD 주요국의 성별임금격차. ⓒ국회입법조사처
OECD 주요국의 성별임금격차. ⓒ국회입법조사처

인정되지 않는 경험과 경력, 승진 대신 퇴사 유도하는 고용단절

E씨는 15년 근무한 회사의 상사로부터 “맞벌이고, 나이도 있는데 그만두지 그러냐? 여직원 2명은 쓸 수 있다. 욕심내지 말고 그만둬라. 그전에도 나이 많은 여직원 다니던데 보기 안 좋더라”는 말을 들었다. 이 상사는 젊은 미혼 여성에게만 잘 해준다고 했다.

여성을 회사의 중요한 인재가 아닌 ‘꽃’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여전히 팽배하다. E씨가 15년간 쌓은 경험과 연륜은 승진의 근거가 아니라 시듦과 쓸모없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로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여성들은 승진보다 퇴사를 요구 당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아니더라도 많은 여성들은 이러한 고용단절과 맞닥뜨린다. 이로 인해 남성들이 안정적으로 승진해 고임금을 받을 때, 여성들은 다른 업종으로의 전업하여 새로 시작하거나 단순직의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저임금에 머물게 된다.

여성노동자회는 “성별 임금격차는 정도의 차이일 뿐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지금 세계 각 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사회발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OECD 회원국 중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 빈곤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노동자성 확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기업의 임금공개 의무화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실효성 확보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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