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낭중지추’ ‘신의 한수’ 평가 인선

유능한 여성 인재가 정치적 흥정이나

빅딜설 희생양으로 낙마해선 안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정부 성평등 내각의 지렛대였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 간 ‘빅딜((big deal)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능한 여성 인재를 구시대 적폐인 빅딜의 제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빅딜이 타협이나 협치라는 논리로 포장돼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하지만 빅딜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의 적폐라는 지적이다. 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린다는 결정인데, 무엇이 크고 무엇이 작은 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5월 29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직접 통화해 구테흐스 총장의 한·일 위안부 협정을 지지한다는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유엔 사무총장과 직접 통화를 해 외교 현안을 바로 잡은 것은 외교적 역량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떤 남자 외무부 장관이 국제 지도자와 직접 통화해서 사실을 바로 잡고 일본 중심의 음모를 차단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역량을 가진 인재를 빅딜의 제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부상한 빅딜설은 야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은 통과시켜주는 대신 여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중 한 명을 낙마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여기서 핵심은 낙마의 대상이 여성인 강경화 후보자라는 것. 위장전입과 부인 위장취업, 자녀 병역 특혜 의혹에 휩싸인 김 후보자는 재벌개혁 아이콘이므로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자녀 위장전입과 탈세 의혹, 거짓말 논란을 부른 강 후보자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빅딜설의 골자다.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진 가운데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국제외교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강 후보자가 빅딜설의 제물이 돼서야 곤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초대 내각에 여성을 30% 발탁하겠다고 선언한 문 대통령이 강경화 유엔 정책특별보좌관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을 당시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문 대통령이 숨은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강 후보자의 지명은 ‘신의 한수’였다.

물론 위장전입이나 거짓말 논란, 자녀 증여세 탈루, 딸과 부하 외교관의 동업 등 여러 의혹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후보자 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먼저 공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청와대의 ‘솔직함’이 부각되며 “병역 기피를 위한 이중국적 문제도 아닌데….”라며 다소 너그러운 분위기였다.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데 외교사령탑에 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남성 중심 정치판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힘겹게 올라온 여성 인재가 정치적 흥정이 돼선 안 된다. 강 후보자는 국제인권 분야 최고 전문가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환영 논평을 냈을 정도다. 강 후보자가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문제, 난민문제 해결 등에서 국제인권 원칙에 따른 판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여성계 원로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한국인 여성 중 첫 유엔 사무총장이 될 인물”이라며 “외교부 장관 이력이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활동하느라 그동안 국내 정계에서 활약할 기회가 없었지만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 될만큼 역량을 가진 인재라는 평가다. 보수 진영의 또 다른 여성계 원로 B씨도 강 후보자 지명 이후 “숨은 인재인 강경화를 발탁한 문 대통령에게 매료했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진 않았지만 이제부터 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강 후보자 지명은 여론의 환영을 받았다.

국제외교가에서 여성 외교부 장관의 존재는 상징성이 크다. 강 후보자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부터 북핵까지 첩첩산중인 외교 현안을 속시원히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파격적이고 전향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의 첫 여성 외교부 장관. 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국민이 낙마시켜야 할 일이지, 여야 간 빅딜로 거래될 것은 결단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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