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전면허소지자 천만 시대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운전 못해’ 비하 마케팅 여전

통계 분석해보니 사실 아냐

 

4월 초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뉴 라이즈’ CF. 여성을 겨냥해 만든 CF와 남성을 위한 CF의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유튜브 영상 캡처
4월 초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뉴 라이즈’ CF. 여성을 겨냥해 만든 CF와 남성을 위한 CF의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유튜브 영상 캡처
 

“감각적이지만 운전은 서툰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여자니까 봐줍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뉴 라이즈 - 레이디케어’ CF는 이달 초 공개되자마자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광고라면서, ‘운전을 못하고 차의 성능·연비보다 외적인 디자인에만 관심 있는 여성 소비자’라는 식으로 비하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예 여성 운전자를 ‘도로 위의 무법자’로 그린 광고도 있다. 올 1월 공개된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광고다. 급출발, 과속주행, 급정거를 서슴지 않는 여성 초보 운전자에게도 “든든한 차”라는 내용이다. 

 

올 1월 공개된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올 1월 공개된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성 운전자는 선천적으로 운전에 서투르며, 자동차 정보·교통 법규에 무지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더 높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다. 정말 그럴까? 경찰이 교통사고 현황을 성별에 따라 분석하기 시작한 1976년 이래로, 여성 운전자가 남성보다 교통사고를 많이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해보니, 여성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 건수의 20%를 넘긴 적 없었다. 여성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이 사망한 경우도 전체 사망 건수의 12%를 초과한 적 없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국내 교통사고 현황과 여성운전자의 교통사고율 ⓒ박규영 디자이너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국내 교통사고 현황과 여성운전자의 교통사고율 ⓒ박규영 디자이너

그러나 여러 자동차 관련 업계와 미디어는 아직도 여성 운전자들에게 무분별한 ‘김여사(여성은 운전을 못한다는 선입견에서 나온 비하 표현)’ 낙인을 찍는다. “자동차 전문 지식이 부족한 여성 운전자들이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여성 전용 레이디오일’ 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여성 전용 자동차 보험 광고엔 ‘김여사 특화보험’ 카피가 붙는다. 언론도 문제다. 포털 사이트 뉴스 섹션에선 ‘김여사’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트로 돌진한 김여사...직원·손님 등 4명 부상’(3월 24일자) ‘BMW 무인주차..“김여사도 안심”(2월 28일자) ‘네이버 자율주행차, 누리꾼들 “김여사보단 안전할 듯”’(2월 21일자) ‘주차 못하는 김여사, 알고 보니 ○○○ 탓’(1월 21일자).... 

오히려 지금은 운전에 열정을 갖고 관련 정보를 적극 탐색하는 여성 ‘스마트 드라이버’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여성 운전면허소지자 수는 1985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237만 3038명(40.8%)을 돌파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성 운전자 모임, 여성 수입차 동호회, 여성 운전자 자가 정비 동호회 등도 생겨났다.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기업도 있다. 배우 김혜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직접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를 갖는 여성을 그려 호평 받은 볼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여사’ 딱지가 사라질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배우 김혜수가 모델로 출연한 ‘더 뉴 볼보 크로스 컨트리’의 국내 광고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직접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를 갖는 여성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배우 김혜수가 모델로 출연한 ‘더 뉴 볼보 크로스 컨트리’의 국내 광고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직접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를 갖는 여성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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