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알고리즘과 10대 여성의 디지털노동

10대 여성, 디지털 신경제 시대에

매력적인 소비자 집단으로 부상

페북 공유, 또래 문화 즐거움 안겨줘

 

페북 스타는 ‘소녀성’의 공인된 인물

10대 여성은 소녀성 생산자 겸 유통자

또래 네트워크의 평판문화 속에서

실시간적 관찰과 ‘좋아요’ 통해 확인돼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화장품 상점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화장품 상점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등학교 2학년인 한 소녀의 페이스북 계정, 화면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선 채로 엷은 미소를 띤 소녀의 셀카 아래로 3만8406개의 ‘좋아요’와 댓글 841개가 달렸다. ‘좋아요’ 수는 3만8406명의 팬이 그 사진을 보았을 뿐 아니라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는 3만8406명의 팬이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그 팬들 각각의 페친(페이스북친구)들의 타임라인에 즉각 이 소녀의 사진이 업데이트됐을 것임을 알려준다.

이때 이 소녀의 사진은, 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팬들의 페친 수를 턱없이 적게 잡아 100명 정도로만 계산한다고 해도 팬들의 100배수인 384만600명의 타임라인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소녀는 최소한 384만6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그 정도가 어떻든 특정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된다. 요즘 10대들의 페친 수가 500명을 웃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수치는 정말로 너무도 적게 잡은 것이다.

이 소녀는 ‘단발여신’으로 더 유명한, 동시대 10대여성들의 로망, 페이스북 팔로워가 40만이 넘는 ‘페북스타’다. 또한 소셜미디어 시대에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우면서도 확산 범위와 속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새로운 광고매체이기도 하다. 이 ‘페북스타’와 그 팬인 10대여성들은 페이스북, 트워터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며, 어떻게 자발적인 참여자들을 모아내고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이 되도록 하는지, 그 과정에서 10대여성들이 페북스타가 될 수 있는 콘텐츠는 어떤 성별화된 필터버블을 거치는지 등 10대여성들의 또래네트워크 구축과 작동방식의 특수성을 축약해 보여준다. 성별화된 필터버블이란, 연령과 성별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10대여성들을 위한 맞춤정보 필터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좋아요’를 진짜 인기로

만드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10대여성들은 거의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에 매달려 있다. 이유는 단순한데, 친구들과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고 또래 집단에 속하기 위해서, 시간을 보다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다. 이때 10대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 가입하고 친구 인맥을 만들고 친구들과 각종 다양한 콘텐츠들을 주고받는 소통의 방식은 소셜미디어의 컴퓨팅 시스템에 기반해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상태 업데이트’ ‘프로필 업데이트’ ‘좋아요’ ‘공유하기’ ‘댓글’과 같은 기능은 10대여성들로 하여금 ‘좋아요’와 댓글 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페친 수를 늘리고 싶어 하며 수시로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자신의 뉴스피드를 확인하도록 한다.

소셜미디어 기업은 이용자들의 인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더 많은 소통과 데이터 교환을 통해 수익을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알고리즘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더 자주 보고 공유하도록 하는가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에서의 ‘좋아요’, 상태 업데이트, 친구 추가, 특정 콘텐츠의 클릭 횟수 등은 모두 페이스북의 서버로 수집된다. 알고리즘은 수집된 데이터들 간의 계산을 통해 그 이용자에게 누구의,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 또 그 이용자의 콘텐츠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른 페친들에게 보여줄지를 결정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동영상, 사진, 인물 역시 이 알고리즘의 계산 속에서 탄생한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용자와 특정한 콘텐츠의 유명세를 높이는 방식의 알고리즘을 채택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노출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인 엣지랭크는 페친과의 상호작용과 소셜미디어 참여도가 높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페친들의 뉴스피드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상태 업데이트 빈도나 작성글의 형태(사진, 텍스트, 동영상), 좋아요, 채팅, 댓글 달기 등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친구가 누구이며 얼마나 많은지 등에 따라 자신의 콘텐츠가 친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방식으로(뉴스피드 상단에 위치하게 될 것인지, 금새 사라지게 될 것인지) 보여지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10대여성들은 이 알고리즘의 작동 속에서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수시로 전시하며 특정 정보를 퍼 나른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 속에서 오고 가는 좋아요와 댓글 등은 또래문화에서 10대여성들의 평판, 인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좋아요’ 알고리즘과 성별화된 필터버블로

채워진 10대여성들의 세계

오늘날 자기전시와 평판을 중시하는 소셜미디어 문화는 10대여성들 사이에서 카페나 맛집 탐방 같은 여가 활동과 패션․뷰티 영역에서의 소비 실천에 관한 필요성을 야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만난 소비자본주의는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끊임없는 상품 정보를 공급하고 소비 욕망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금 10대여성들의 또래문화에서 이러한 상품 정보와 욕망의 제공처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10대여성들의 소셜미디어 라이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10대여성들은 페이지가 제공해주는 콘텐츠들을 자신이 접속해 있을 타임라인을 흥미진진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이 콘텐츠들을 통해 10대여성들은 일부러 검색을 하거나 귀찮게 포털사이트를 뒤질 필요도 없이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 영화, 드라마, 맛집, 화장품, 패션, 헤어스타일 등에 관해 손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들을 퍼나르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관심사를 만든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또래의 놀이문화를 형성하며 또래문화 따라잡기, 소통과 과시 등을 통해 즐거움을 제공한다.

10대여성들이 구독하고 있는 페이지들은 웃긴 동영상과 사진, 유행하는 패션/화장/성형/다이어트 방법, 연애, 학교, 지역, 할인 및 신제품 등에 관한 쇼핑 정보, 음식 정도로 간추려 볼 수 있다. 패션․뷰티 정보나 쇼핑 정보에서는 공통적으로 여성스럽고 소녀스러운 패션, 뷰티 상품들과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연애나 학교 생활과 같은 것에서는 유머와 감동을 적절히 배치해 실화인 것처럼 꾸며낸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식이다. 특히 10대여성들이 주로 확인하고 있는 페이지들은 ‘여자들이 원하는 워너비 스키니핏’이라든가 ‘화장 꿀팁’ 등과 같이 마치 꼭 확인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10대여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각종 정보들은 10대여성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규범성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의 결합으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이 결합으로부터 만들어진 인터넷 필터는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관찰하고 추론해 끊임없이 이 이용자가 어떤 사람이며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론, 즉 필터버블을 만들어낸다(Pariser, 2011). 소셜미디어는 ’좋아요’나 ‘공유’, ‘댓글’ 기능을 매개로 10대여성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추론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들을 토대로 한 소셜미디어플랫폼의 알고리즘은 10대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정보를 선별, 유통한다.

소프트웨어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기존의 편견이나 사회적 관습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Chun, 2011).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개인 이용자들이 직접 입력한 성별, 연령, 지역, 취미, 기호 등에 대한 정보와 소셜미디어 활동 속에서 축적된 정보를 통해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이 같은 목표 아래 제공되는 10대여성들을 위한 맞춤 정보는 10대라는 연령, 여성이라는 성별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기존의 문화적 편견을 전제한다. 따라서 10대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관계하는 정보는 사회문화적으로 ‘10대여성’ ‘소녀’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기 쉽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10대여성들의 타임라인을 채우고 있는 것이 마치 롤리타를 연상시키는 아이돌 걸그룹의 모습과 비슷한 방식으로 찍은 셀카와 패션․뷰티 상품 후기, 패션․뷰티와 연애 정보를 다루는 페이지들이라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3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점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핸드폰 케이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점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핸드폰 케이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짜 플랫폼에서의

‘자유’로운 참여의 노동

소셜미디어 공간은 단순히 즐거움과 재미, 네트워킹의 공간일 뿐 아니라 분명한 수익적 의도를 가진 소셜미디어 기업이 만든 공간이다.

소셜미디어는 무엇보다 엄청난 규모의 이용자 덕분에 디지털 신경제 시대에 가장 시장성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는 연령, 성별, 지역 등 이용자들의 인구학적 정보는 물론 이용자들의 관심사와 기호 등에 이르기까지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상호작용한 정보들을 수집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소유하게 되면서 마케팅 시장에서 훌륭한 파트너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는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이용자들을 통한 광고, 혹은 유료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이른바 ‘플랫폼 비즈니스’로 한국의 카카오나 네이버,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수익 모델이다.

디지털 신경제에서 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생산한 정보로부터 수익의 원천을 전유하는 독특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수익구조 속에서 이용자들의 참여활동은 실제로 소셜미디어 기업을 굴러가게 하는 ‘디지털 노동’이다(Terranova, 2000). 미디어 광고에서 관객이 상품으로서 광고에 팔린다면, 소셜미디어 광고의 경우 이용자들은 단순히 광고에 노출돼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활동이나 광고를 매개로 다른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든다. 이용자들의 상호작용 덕분에 광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된다. 소셜미디어 연구자 Fuchs(2012)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참여 활동은 디지털 노동으로 자본이라는 가치를 생산한다. 디지털노동으로 이용자들이 실제로 소셜미디어에 참여하는 시간은 곧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용자들의 프로필 데이터, 소셜네트워크 데이터,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다.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그들이 수집해 둔 이용자에 관한 데이터를 광고에 대한 상품으로 판매하고 이용자들에게는 타깃 광고를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10대여성들은 오늘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새롭게 부상한 매력적인 소비자-생산자 집단이다. 물론 이들은 글로벌 미디어와 소비 자본주의, 포스트 페미니즘의 세례 속에서 소비 시장에서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주체로서 호명돼왔다(McRobbie, 2009). 소셜미디어에서 이들은 더욱 매력적인 소비자 집단으로 부상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단순한 소비자이기에 앞서 자신의 기호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기꺼이 광고를 퍼 나르며 친구들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상품 후기를 정성 들여 남기는, 소비와 관련한 콘텐츠들을 생산하는 충실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형성된 또래문화 속에서 10대여성들은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사진기록을 남긴다. 이는 그 자체로 10대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꾸려지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어떤 상품을 선호하고 욕망하고 있는지에 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즉 소비 시장의 잠재적 소비자인 10대여성들은 소셜미디어가 구축한 참여구조 속에서 ‘이용자’로 특정한 일을 수행하는 셈이다.

10대여성들이 페이스북에서 점점 더 많은 페친들을 만들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많은 페이지를 구독하고 정보를 더 자주 확인하고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일상을 공유할수록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 자국들을 자주, 많이 남기는 동시에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들의 성실한 참여는 소셜미디어를 더욱 풍요로운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장으로 만들며 이로써 소셜미디어는 그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새로운 콘텐츠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서 유지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광고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소비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 안에서 집단적으로 가장 오래 소셜미디어 공간에 상주하는, 그래서 데이터 자국을 많이 남기는 10대여성들은 소셜마케팅 업계가 원하는 소비자 정보를 스스로 제공해 시장의 새롭고 주요한 타깃 집단으로,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생산자이자 광고수익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녀성’을 생산하는

10대여성의 디지털 노동

김은실(2001)은 “성산업 유입 경험을 통해 본 10대여성의 성과 정체성” 연구에서 젠더 관점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노동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본주의에서 주체가 될 수 있게 된 10대여성의 지위 변화에 주목한다. 이 같은 지위 변화가 성산업 유입과 친화적 연결고리를 가지게 되는 맥락을 드러내 가부장적 성별 체계가 여성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산업을 운영, 조직하는 남성과 그에 착취되는 여성이라는 구도를 가시화하면서도 10대여성을 단지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성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이 연구는 10대여성들의 소위 일탈적 행위가 의미화 되는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 10대여성에 대한 보호주의와 문제주의로 이분화된 시각을 극복하고자 한다.

10대여성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성적 자원화 하는지에 관한 이 연구는 오늘날 기존의 10대여성 규범을 재조정하며 스스로 소비시장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생산자로 자신의 외모와 평판을 자원화하고자 하는 디지털 신경제의 10대여성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관한 영감을 준다.

디지털 신경제에서 10대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시장은 10대여성의 참여력, 생산력이 결합된 소비문화로의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10대여성들은 데이터자국들을 남겨 광고 자원을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업로드하는 자신의 일상이나 수많은 시간을 들여 찍은 가장 예쁘게 나온 프로필 사진 그리고 ‘팬’으로서 공유하는 특정 인물이나 장소 등은 그 자체로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구성하며 또래문화의 유행 흐름을 만들어낸다. 또한 10대여성들은 광고를 직접 친구들에게 전달하거나 쇼핑몰이나 피팅모델의 팬이 되면서 아예 쇼핑몰을 창업하거나 ‘얼짱’이나 ‘페북스타’와 같은 준 아이돌이 돼 또래문화와 소비시장을 동시적으로 운영한다.

10대여성들이 소비주체가 되는 시장에서 ‘소녀성’은 10대여성들의 상품에 대한 욕망과 소비실천을 이끌어내는 주요한 장치로, 주로 10대여성들의 또래문화, 10대여성들에 관한 당대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기대 등에 기반한다(Driscoll, 2002). 디지털 경제의 소녀시장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10대여성들의 직접적 참여활동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10대여성들 스스로가 ‘소녀성’의 생산자이자 유통자로서 소비 시장과 관계한다.

‘소녀성’은 주로 10대여성들 사이의 외모와 스타일의 위계적인 차이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0대여성들이 직접 업로드한 프사(프로필사진)나 셀카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또래 네트워크의 평판문화 속에서 실시간적이고 지속적인 관찰과 ‘좋아요’를 통해 만들어지고 확인된다. 이때 ‘소녀성’은 보정과 조명을 활용한 사진’과 ‘화장’, ‘옷’과 같은 기술적 장치들로부터 생산된다. ‘소녀성’은 구체적인 핸드폰의 기종, 카메라 어플리케이션들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비상품들과 결합하면서 그때 그때 유행하는 화장이나 옷 등에 의해 달라진다. 따라서 ‘소녀성’은 필연적으로 소비적이다.

소비 상품과 결합한 물질주의적 소녀성은 또래집단 안에서 체화되며, 이를 가장 잘 체화하는 인물은 ‘페북스타’다. 예컨대 새로 나온 상품을 적절하게 걸치고 이를 부지런히 전시하는 예쁘거나 패션 감각이 뛰어나거나 혹은 화장을 잘하는 또래의 여성이 소셜미디어에서 명성을 얻게 될 때 소녀성의 공인된 인물인 ‘페북스타’가 탄생하는 것이다.

‘페북스타’는 단순히 유명세만을 가진 인물들이 아니다. 또래 여성층을 공략할 만한 감성을 가진 정보 생산자다. 스스로 유명세를 통해 많은 이용자들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맞춤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좋아요’나 댓글, 친구 수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인기 장치는 10대여성들에게 또래 내 자신의 인기를 공식화한다. 그리고 이때 불러일으켜지는 아주 구체적인 감정,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은 이들의 계속적인 디지털노동을 추동한다.

소셜미디어 시장의 값싸고

열정적인 노동력의 포획

소셜미디어의 소비시장은 얼굴, 외모에 기반해 있는 평판과 이 속에서 스스로를 정체화 하는 여성들을 적극 활용해 커뮤니케이션을 증가시키고 이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자기계발과 즐거움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스스로 콘텐츠가 되고 있는 인터넷유명인들과 이들의 팬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시장에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소셜미디어 시장은 소통과 취미활동의 즐거움으로부터 추동되는 10대여성들의 콘텐츠 생산 활동을 손쉬운 수익 자원으로 포착한다.

예컨대 또래 네트워크에서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수많은 마케팅 의뢰가 들어온다. 애초 순수한 놀이적 즐거움과 호혜적 소통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평판을 얻게 된, 그래서 ‘페북스타’가 된 10대여성들은 소셜미디어의 가시화된 평판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상업 주체들에 의해 발탁, 핵심적 유통망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페북스타’를 중심으로 하는 소셜마케팅 체제 속에서 ‘팬’들은 ‘인터넷 스타’를 거점으로 접근 가능한 잠재적 마케팅 대상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문화를 기반으로 소셜마케팅 업체들은 친구나 팔로어 수가 많은, 즉 잠재적 페북스타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광고하는 상품을 공짜로 쓸 수 있도록 보내주고 그 상품을 페북스타의 타임라인을 통해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광고한다. 이 광고는 ‘페북스타’의 수많은 친구들의 타임라인에 공유되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친구 네트워크의 모든 사람들은 이 게시물을 보게 된다. 소비 시장은 ‘페북스타’를 활용해 여타의 광고를 위한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도 10대여성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쌓아올린 유명세와 이를 통해 모은 친구 네트워킹을 손쉽게 활용한다. 소셜미디어 시장은 10대들의 또래성,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이들에게 ‘놀이’이자 ‘소통’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10대여성들을 조직화, 이들의 디지털 노동을 포획하고자 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성별화된 필터버블과 소비시장은 10대여성들을 쾌락의 장으로 초대했다. 이 쾌락은 부단한 소셜미디어 참여와 물질주의적 소녀성을 향유하면서 얻을 수 있다. 10대여성들은 이 초대에 응해 기꺼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그 소비시장의 노동력으로 포획되고 있다.

필자 김애라씨는

10대 여성들의 디지털노동과 ‘소녀성 산업’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며 서울시립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거침없는 아이, 난감한 어른』의 공저가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한 여성의 몸의 변형, 성애적 소녀성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