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령 이하 예비역 여군 모인 ‘젊은여군포럼’

전체 군인의 5.6%인 여군 15%로 늘리고

장기복무 확대·성폭력 전담 기구 마련 요구

 

전체 5.6%에 불과한 여군 비율을 15%로 늘리고 국방부장관 직속의 여군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성신문
전체 5.6%에 불과한 여군 비율을 15%로 늘리고 국방부장관 직속의 여군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성신문

안보환경을 위협하는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군 조직의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려면 전체 병력의 5.6%에 불과한 여군 비율을 15%로 늘리고 국방부장관 직속의 여군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군 1만명 시대’를 넘어 우수한 여성 인력을 여군으로 흡수하기 위해선 성평등한 여군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령 이하 예비역 여군들로 구성된 ‘젊은 여군 포럼’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여군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젊은 여군 포럼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 산하 평화안보포럼 내 소모임이다. 이날 행사에는 예비역 여군 10여명을 비롯해 전투병과 첫 여성장군인 송명순 예비역 준장,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 육해공군, 해병대 국방개혁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먼저 인사조직 전문가인 김은경 젊은 여군 포럼 기획홍보실장은 예비역과 현역 여군들의 목소리와 여성정책 전문가들의 자문을 담은 여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사회 환경 변화의 기반이 되는 인구문제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군의 병력 부족과 군 복무기간 단축 요구에 대비하고 미래 전장 양상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국방 참여가 절실하다”면서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이라는 사회경제적 측면과 위계 문화를 벗어나 비폭력적 병영 문화 확산을 위해 여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군 정책은 군 개혁의 동력으로서 여군의 최적화된 활용을 담보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관심과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여군 정책을 제시했다. 이번에 제시한 여군 정책은 △우수 인력으로 여군 15% 증강 △장기복무 확대 △국방부장관 산하 여군 개혁 전담 부서 기구화 △성폭력 민간 공조 전문기구 배치 강화 등 크게 4가지다.

먼저 여군 15% 확대 정책은 현재 국방부가 정한 여군 확대 목표인 2020년까지 여군 간부 비율 7%를, 15%(2만5000명)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이다. 2016년 6월 기준 여군은 장교 4773명, 부사관 5490명을 합쳐 총 1만263명으로, 전체 병력의 5.6%에 그친다. 군에 참여하려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 군 진입 경쟁률은 남성의 2배를 뛰어 넘는다. 국방부의 ‘2015년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육군사관학교 모집 경쟁률은 2005년 여성이 34.9대 1, 남성 18.9대 1에서 2014년 여성 40.4대 1, 남성 16.2대 1로 남성은 경쟁률이 떨어진 반면, 여성은 증가 추세에 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이에 젊은 여군 포럼 측은 각군 사관학교와 ROTC(학군장교), 부사관 등 선발 채널을 개방해 우수 여성 자원비율을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남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복무가 어려운 여군을 위한 장기복무 확대 방안도 제시됐다. 현행 장기복무 제도는 사관학교 출신만 10년 장기복무가 보장돼 있다. 2012년 국방부가 발표한 장기복무 결과를 보면 육군 장교의 경우, 남군 선발율이 27.4%, 여군 선발률이 17.6%로 10%포인트 가량 남군이 많았고, 육군 부사관은 남군 선발률이 86.2%인데 반해 여군 선발률은 38%로 48%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여군들은 인사평가와 진급 뿐만 아니라 업무 배치와 보직 기회에서 여군이 남군에게 밀린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전역한 최모(30) 예비역 중사는 “육지에서 복무하는 것보다 함대에서 복무해야 장기복무를 위한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여군은 남군에 비해 함대에 탈 기회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최씨는 “함대에 타면 다른 남군이 불편해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함대에 오를 기회를 얻기 조차 힘들다”면서 “불공정한 분위기가 결국 인사평가와 진급에 반영돼 여군이 남군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럼이 제시한 국방부 장관 직속 여군 정책 부서는 군 내에서 소수자인 여군들이 겪는 장기복무나 진급 불이익 등 차별을 해소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등 군대의 젠더 혁신을 주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군대 내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는 성폭력 전문 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 전문 조사관을 참여시켜 은폐되기 쉬운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의 전역이나 승진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성평등 군대’를 위해서는 여군 비율 확대와 장기복무 확장과 함께 국방부 성평등정책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성평등정책 담당관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진경 인천대 교수는 “공정하고 성평등한 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추진기본계획을 수립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 관리해야 한다”면서 “기본계획을 통해 병력 선발부터 배치, 승급, 전역 후까지 성평등한 인사 정책을 수립하고 장기복무 성별격차 원인 분석과 성인지 통계 생산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998년 도입됐다 폐지된 여성정책담당관제를 부활시켜 부처 내 성평등정책과 성주류화 전략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병력 자원 부족을 채우고 우수한 인력 확보를 위해 여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여군 활용에 대해서는 이견도 나왔다. 특히 김도호 전 공군 인사참모부장은 “육체적 능력보다 지략이 중요한 현대전에선 여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도 여군에 적합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공군의 경우, 숙련급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약 150억원이 소요되는데 여군은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최소 1년은 비행이 어렵다”면서 “전시 효용성,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지면 현재 여군 전투기 조종사 수는 너무 많다. 추후에는 적정한 전투기 조종사 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여군 포럼을 이끌고 있는 피우진 예비역 중령은 “여성들이 군에 참여하는 것은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군 개혁은 물론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기회”라며 “아직도 군 내 5.6%에 불과한 소수자로서 여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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