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회 문화봉사, 문화봉사자 교육 2000명 배출

“21세기는 문화산업시대… 여성 더 많이 진출해야”

문화촉매자 양성 “서초문화네트워크, 새 모델 될 것”

 

사랑의문화봉사단 봉사자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자오나학교를 방문해 미혼모들에게 그림을 걸어주는 전시봉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사랑의문화봉사단 봉사자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자오나학교를 방문해 미혼모들에게 그림을 걸어주는 전시봉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19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자오나학교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회장 이계경 전 국회의원, 이하 문복협) 사랑의문화봉사단이 미혼모들을 만나 그림 액자를 선물하자 구면인 이들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연말에 이곳에 한 번 다녀간 문화봉사자들은 “예전에는 우리가 해당 기관에 그림을 직접 걸어줬는데 이번엔 수혜자들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직접 고르게 해서 걸어주니까 더 좋아하는 눈치더라”고 말했다.

창립 21돌을 맞은 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올들어 전시 봉사를 본격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좋은 그림과 사진, 서화를 제공해 감성과 창의력 계발을 돕는 일이 전시봉사다. 문복협은 목포 사회복지시설 공생원을 시작으로 전국 복지시설 220곳에 좋은 그림 걸어주기 전시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계경 회장은 “지난 21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1450회 문화봉사를 해왔다. 문화봉사자 교육을 꾸준히 펼쳐 2000명을 배출했고, 서울 지역은 교육생들이 문화자원봉사자회를 만들어 매주 한 차례씩 문화기관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과 전시, 문화캠프, 축제, 문화체험놀이․교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화봉사를 하는데 수혜 대상자만도 100만명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문복협은 1996년 여성정론지인 여성신문 사업으로 출발해 그해에 사단법인체로 독립한 후 21년 역사를 이어왔다. 신문사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셈이다. 출발은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문화가 상업적이고 퇴폐적 문화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좋은 문화 가꾸기 모임’을 만든 것이 모태가 됐다.

 

사랑의문화봉사단 봉사자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자오나학교를 방문해 미혼모들이 직접 고른 그림을 걸어주는 전시봉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사랑의문화봉사단 봉사자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자오나학교를 방문해 미혼모들이 직접 고른 그림을 걸어주는 전시봉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계경(오른쪽)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과 박유희 사랑의문화봉사단 단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계경(오른쪽)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과 박유희 사랑의문화봉사단 단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들은 건강한 문화를 위한 좋은 노래를 고르고 함께 부르는 작업을 했고 ‘열린 음악회’ ‘사랑의 음악회’ ‘열린 문화제’ 등을 열었다. 이후 문화운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문화복지협의회를 96년 1월 결성하고 부설기구로 사랑의문화봉사단을 만들어 20년 넘게 문화봉사를 해오고 있다.

문화봉사자 중에는 유명인들이 많다. 가수 장사익과 이동원‧이미배‧김도향,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이무지치 실내악단, 테너 임웅균, 국악인 김성녀, 안데르센 극단, 인형극단 ‘예술무대 산’, 마임이스트 이두성, 시인 정호승‧나태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예술인들이 문화봉사자로 나섰다. 이 회장은 “무명 시절에 우리와 인연을 맺으면 유명해지는 전통이 있다”며 웃었다.

문복협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화로 하나 되는’ 따뜻한 풍경을 연출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사는 주민 20∼30명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정상급 가수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가수 김도향은 사랑의문화봉사단과 만나 은퇴생활을 접고 다시 가수로 복귀한 경우다. 노래를 쉬던 시절 경남 산청의 나환자촌에 온 그는 공연을 보던 나환자들이 흥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곤 “기타 달라”며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노인요양시설에 문화봉사를 갔다가 평소 말을 안 하던 자폐증 환자가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듣고 말문이 트이는 걸 보곤 “노래가 인생의 소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낙후된 지역에만 문화봉사를 나가는 것은 아니다. 고학력, 고소득의 문화소외계층도 찾아간다. 활동 영역이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문복협은 2005년부터 수년간 문화바우처 사업을 진행했고, ‘찾아가는 문화활동’도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실버봉사단도 운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 중인 ‘이야기 할머니’의 원조인 셈이다. 정부의 문화정책에 문복협이 아이디어와 틀을 제시한 셈이다.

KBS ‘열린 음악회’도 세대를 아우른 ‘열린 음악회’를 벤치마킹한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회장은 “좋은 음악이나 노래는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며 “전 세대가 좋아하는 국민 음악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계경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은 “지난 21년간 문화봉사자를 많이 키워냈고 이들이 기획자로, 봉사자로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계경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은 “지난 21년간 문화봉사자를 많이 키워냈고 이들이 기획자로, 봉사자로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국민의 문화감수성이 높아질 때 창조력이 높아진다. 이런 창조성이 문화산업 시대인 21세기를 이끌 원동력이다. 문복협이 한 일은 사회봉사를 넘어 문화산업 시대를 주도할 인재로 키워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들은 문화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 영역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하고, 더 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이 회장은 “문화봉사자를 많이 키워냈고 이들이 기획자로, 봉사자로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박유희 사랑의문화봉사단장(전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사장)은 “문화복지 개념을 조직화한 덕에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며 “공연봉사, 후원봉사, 운영봉사 등 3대 축으로 일한 게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 자리한 문복협은 요즘 서초구에서 새로운 지역사회 문화복지 모델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재작년부터 문화촉매자 교육도 진행 중이다. 서초구청 후원으로 진행된 서초문화촉매자 양성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이 서초문화네트워크도 만들었다. 박 단장은 “풀뿌리에서 문화 활동을 창조적으로 해낼 조직을 꾸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이 모델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초문화네트워크 결성 소식을 전한 박유희 사랑의문화봉사단장은 “풀뿌리에서 문화 활동을 창조적으로 해낼 조직을 꾸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이 모델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서초문화네트워크 결성 소식을 전한 박유희 사랑의문화봉사단장은 “풀뿌리에서 문화 활동을 창조적으로 해낼 조직을 꾸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이 모델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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