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미국의 첫 흑인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처음부터 공식행사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세간의 시선이 집중돼 있었고 보수적인 워싱턴 사회에서는 마땅하지 않다는 시선이 다분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무언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역시 그녀는 얌전하고, 고상하고, 조용하게 항상 남편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영부인 이미지를 정면으로 깨부쉈다. 독특한 민소매 패션 감각은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체력을 가진 젊은 미셸을 돋보이게 했다. 그녀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시선을 활용해 소아비만이 심각한 미국을 개선하고 미국 아이들에게 건강한 인생을 안겨주고 싶다는 취지의 ‘렛츠 무브’(Let’s Move, 몸을 움직입시다) 캠페인을 발족했다. 미셸은 이 운동의 창시자, 지도자 겸 모델과 홍보대사였다.

미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농구, 춤 등 운동을 생활화하는 장면을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에게 보여줬다. 캠페인의 5주년 행사에 미셸이 전문 댄서들과 함께 최고 인기 팝송인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멋있게 불러 유튜브에서 수백만 히트를 기록했다. 일약 미셸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부인으로 떠올랐다.

젊고 활발하고 열정적인 미국 영부인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어린 두 딸을 백악관에서 키우다 보니 그들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 부유하지 못한 흑인 집안에서 자란 그녀 주변에 대학에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끝에 이러한 집안 배경을 극복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변호사, 대통령의 부인이 됐던 것이다.

동기부여가 된 덕인지 미셸은 영부인으로 교육에 많은 공을 세웠다. 2014년 미국의 저조한 대학 진학률을 개선하기 위한 ‘리치 하이어(Reach Higher)’ 캠페인을 시작해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다. 일년 뒤에 그녀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캠페인을 출범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러한 노력의 배경을 설명했다. 어렵고 힘든 배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교육은 삶의 원동력이었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는 희망이었다. 교육 정책이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그녀의 개인적 사명감 때문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부인의 마지막 백악관 행사도 미국 공립학교 대학 진학 지도 선생님들과 함께 했다. 선생님 한 명이 많은 학생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했고, 그래서 열정적으로 선생님들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한국도 교육정책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 너무나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시민이나 학부모로 느끼는 것은 아무도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정책을 창립하고 집행하고 열정적으로 홍보해야 할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사회 지도층이란 사람들은 국내 교육환경을 욕하며 자녀들을 외국에 보내며 조기유학에 열을 올린다는 인상을 준다.

열심히 사는 중산층이나 어려운 계층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형편 때문에 자녀들이 차별적 교육을 받는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을 안고 산다. 그래서 약간 여유가 생기고 기회만 생기면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기고 사회 특권층의 교육 횡포에 대해 분노한다. 그만큼 교육이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특히 더 절실한 주제인 것이다.

필자는 미셸 오바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제대로 된 홍보쟁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시키지 못하면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 효과를 거두려면 지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직접 행동으로, 패션으로, 춤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정책이 변변치 않더라도 효과는 배가되는 법이다. 미셸이 바로 이러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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