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로 늘어난 서울시내 면세점

1시간씩 연장영업하며 꼼수

장시간 노동·야간노동으로

여성노동자 건강권 침해

영업시간 규제 필요“

 

서울 한 면세점에서 한 노동자가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한 면세점에서 한 노동자가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저녁 7시 반이던 면세점 폐점 시간이 30분씩 늘어나더니 이젠 저녁 9시로 늦춰졌어요. 아침마다 아이가 ‘엄마, 오늘은 무슨 조예요?’라고 물어요. 늦는다고 하면 ‘오늘도 우리 못 만나요? 내일 만나요’하고 인사를 해요.”

면세점에서 15년째 일하는 최상미 엘카코리아 부위원장은 “면세점에 일하는 직원들의 어린 자녀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든다”며 울먹거렸다. 최근 불과 2년 만에 서울 시내에만 면세점이 6개에서 13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영업시간도 점점 늘고 있다. 면세점 평균 폐점 시간은 5년 새 7시 30분에서 9시로 1시간 30분 늦춰졌다. 두타면세점의 경우, 아예 자정까지 심야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영업시간 연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대부분 여성인 면세점 노동자들은 건강권에 침해를 받는 것은 물론 일·가정 양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랍 27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실태와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면세점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이 쏟아졌다.

면세점들은 법망을 피해 영업시간 연장을 위한 갖가지 꼼수를 부리는 상황이다. 김성원 부루벨코리아 위원장은 “2004년 면세점 폐점 시간은 7시 30분이었으나, 지금은 평균 9시가 됐다”며 “최근 한 면세점은 9시 30분에 폐점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노동자들이 1인 시위를 벌이며 행동하자, 9시로 다시 줄였다. 하지만 아침 시간을 30분 늘리는 꼼수를 부려 결국 도루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조6000억원이던 매출을 2015년 4조5000억원으로 끌어 올렸지만 같은 기간 직원은 많이 늘지 않았다”며 “다시 말하면 영업시간은 늘어나고 매출은 계속 극대화되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일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과 백화점 등 대규모 복합쇼핑몰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 쇼핑몰인 스타필드하남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8시에 문을 닫는 시내 주요 백화점보다 2시간 더 영업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현재 대규모 복합쇼핑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최근 대형마트와 SSM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제도를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화점과 시내면세점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백화점은 매주 1회, 시내면세점은 매월 1회 문을 닫도록 했다. 설날과 추석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도 한 달에 2회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4회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김 의원은 “소비자 권리라는 이유로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묵살할 수 없다”며 “시장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가치, 함께 살자는 가치 실현을 위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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