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원미혜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게릴라처럼 바뀌는 현장...공적 시스템도 발맞춰야”

 

원미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이정실 사진기자
원미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이정실 사진기자

서울시의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지원한 사업이 올해 서울시민이 선정한 10대 뉴스 5위에 올랐다. 택배 배송이라는 지원 방식과, 박스 겉면에 지원 물품임을 감추었다는 점을 시민들은 높이 평가했다.

이런 섬세한 정책을 설계한 이가 서울시 공무원인 원미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이다. 그는 성매매 현장의 활동가 경험과 여성학 박사로서의 연구능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2003년부터 시작한 가출·위기청소녀 지원과 성매매 방지 활동의 특성을 이해할 리 없는 이들을 설득해내는 추진력까지 겸비했다.

원미혜 센터장은 미지상 수상소감으로 “늘푸른팀 근무를 시작하면서 해온 일들이 거창한 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업들인데 이런 상을 주셔서 부끄럽습니다. 팀원들과 25개 산하기관,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어요”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1992년 대학 시절 미군 기지촌 봉사활동으로 성매매 관련 활동을 시작해,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면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를 만드는 등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1998년엔 한소리회의 사무국 개소를 돕는가 하면 2002년부터 막달레나의집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했다.

2003년 공직생활을 시작하던 당시 늘푸른팀의 사업 범위는 좁았다. 지원시설 운영관리와 프로그램 지원, 성매매 예방교육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특히 센터장으로 부임한 지난 5년간 단편적인 정책을 개편하고 수요자에게 다가가는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청소년건강센터(나는봄), 자치구 여성정책평가 지표 개발, 소녀돌봄약국, 카페형 청소녀일시지원센터, 불법성산업감시본부, 청소년성매매특별전담실, 늘푸른교육센터 건립 등 다양하다.

기존 제도에 없는 사업들을 개발하다보니 추진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는 “여성가족부는 ‘왜 서울시만 이런 걸 하느냐’고 묻는데, 우리가 개발했으니 다른데서 할 리가 없지요”라며 웃었다.

그의 정책 개발 기준은 수요자 중심의 섬세함이며,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구현한다. “특히 가출·위기 청소녀들과 성매매 산업은 게릴라식으로 너무나 빨리 변하기 때문에 관이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요.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게 너무 많지만 지원시설을 만들어놨다고 해서 결코 찾아오지도 않아요. 아이들의 접근성을 넓히기 위해 그들의 욕구와 상황에 섬세하게 맞춰서 공적시스템도 계속 변해야 해요. 가출팸의 주거지로 찾아가기도 하고요.”

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약을 맺어 상담원 동석제도를 신설하고, ㈜벽산과 청소년일자리사업을 진행한다. 시민감시단 1000명을 모집해 성산업 사이트를 삭제했다. 개인적으로는 저술과 연구도 쉬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를 출간했고, ‘용감한 여성들’, ‘나의 페미니즘 레시피’ 등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으로 “소수자와 특수한 계층의 인권 문제라 여겨지는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와 대중이 좋아지는 일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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